"우리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여당이든 만에 하나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엄정한 자세로 임해달라."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7월25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식을 수여할 때 언급한 발언이다. 당시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게 했던 당부가 최근 국민의힘 지도부 회의실에서 재등장했다.
27일 국회 내 국민의힘 지도부 회의장 뒷벽에는 작년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을 임명하던 사진이 걸렸다. 사진에는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게 했던 당부도 함께 실렸다.
이는 윤 총장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및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등 권력형 비리사건을 집중적으로 수사하자 정권의 태도가 변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회의장에 여권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백드롭(배경 현수막)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6일에는 7년 전 문 대통령의 트위터 문구가 회의장 뒷벽을 장식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3년 9월13일 채 총장이 혼외자 의혹으로 사의를 표명하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결국, 끝내, 독하게 매듭을 짓는다, 무섭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윤석열 직무정지' 국면을 '침묵'으로 대처하는 모습과 상반된 모습이라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한 직후부터 '백드롭 정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부동산 문제가 한창이던 지난 7월20일 국민의힘 지도부 백드롭은 민주당 색을 상징하는 파란색 배경에 민주당이 쓰는 글씨체로 '그렇게 해도 안 떨어져요'란 문구였다. 이는 진성준
국민의힘 측은 이날 "국민들이 문 대통령과 민주당 말뒤집기에 대해 판단할 수 있도록 백드롭으로 보조하겠다"고 밝혔다.
[우승준 기자 dn1114@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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