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파국을 바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한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지 이틀째인 오늘(25일)도 문 대통령은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야권을 중심으로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극한으로 치달은 두 사람의 갈등을 직접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문 대통령은 섣불리 전면에 나서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지난달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당시 "불가피한 것으로 본다"며 추 장관에 힘을 실었던 청와대도 언급을 삼가고 있습니다.
우선 '윤 총장에 대한 직무 배제 및 징계 청구 조치는 법무부 장관의 권한'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보입니다.
윤 총장에 대한 감찰 조사 결과 비위 사실이 있다고 보고 관련 조치를 취한 것은 논란이 있을지언정 엄연히 법무부 장관의 업무 영역이라는 것입니다.
문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현시점에서 직접 대응에 나설 경우 자칫 정쟁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우려도 담겼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대응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난타전에 가세하는 형국이 펼쳐진다면 국정운영에 적지 않은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일단 '로키'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맥락에서 문 대통령의 침묵은 예상외로 길어질 수 있습니다.
일부에선 두 사람의 법적 다툼의 결론이 나온 뒤에 문 대통령이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대통령은 직무 배제 조치 관련 절차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않겠느냐"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의 침묵을 두고 야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역할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이 대표가 국회 국정조사 필요성 등을 언급하며 강경 모드로 나서는 것은 결국 문 대통령이 직접 대응을 삼가는 대신 이 대표가 '총대'를 메는 것으로 당청이 교감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세균 총리도 추 장관의 발표 내용을 사전에 인지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를 보고받았다면 검찰총장을 해임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대통령이 어찌 이런 사태를 낳게 했는가"라고 지적했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 대표가 윤 총장에 대한 국조를 주장하는 것을 보니 무슨 무리수를 무릅쓰고라도 윤 총장을 쫓아내
그러나 추 장관과 윤 총장이 진흙탕 법정 싸움을 벌이고,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인내가 한계에 다다를 경우 문 대통령이 일찍 침묵을 깨고 개입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두 사람의 갈등으로 검찰개혁의 앞길이 막혔다고 판단되면 문 대통령이 결국 인사권을 행사하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