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또다시 '죽비'를 들었습니다.
오늘(24일) 국민의힘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비공개 비대위에서 성일종·김미애 의원 등 원내 비대위원들을 면전에 두고 지지부진한 개혁입법 추진 상황을 질타했습니다.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언급하며 "하늘이 준 마지막 기회다. 여기에서 무너지면 당은 사실상 미래가 없다. 모든 걸 다 걸고 혁신하자. 너무 안이한 과거의 방식은 안 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외부행사로 먼저 자리를 떠났지만 '정책 컨트롤타워'인 이종배 정책위의장이 자리했던 만큼 원내에는 충분히 메시지가 전달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 위원장은 한달 전 비대위원회 간담회에서 '직'을 거론하며 "초심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하게 경고했습니다. 원내에서 '김종인표 혁신'에 저항하는 목소리가 분출하는 시점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의 '질책'이 잦아진 배경에는 당의 혁신과 쇄신이 기대했던 만큼의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고, 이는 결국 원내의 미온적인 태도 때문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혁신을 향한 김 위원장의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지역주의와 기득권을 버리라는 요구입니다.
당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영남꼰대당'과 '재벌옹호당'의 이미지를 깨지 않으면 당장 내년 보선뿐만 아니라 차기 대선, 지방선거도 연전연패라고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취임 직후부터 내부 반발에도 '호남 끌어안기', '사과 릴레이'를 밀어붙이고, 기본소득부터 경제3법, 재난지원금에 이르는 각종 개혁의제 선점에 앞장선 것도 이런 맥락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정작 원내에서는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때때로 '엇박자'까지 내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전날에도 김 위원장이 오전 당 회의에서 경제3법의 조속한 추진을 당부했는데도 주호영 원내대표가 오후 다른 간담회에서 상법 개정에 부정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한 당직자는 "당이 총선참패 반년 만에 또다시 초심을 잃고 흐리멍덩하게, '도로웰빙당'으로 회귀하는 모습이니, 김 위원장으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고 속내를 전했습니
일각에선 이같은 '엇박자'가 김 위원장의 '마이웨이' 태도 탓도 있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누구든 새로운 시도를 할 때는 소통과 설득을 통해 함께 가는 노력이 필요하기 마련"이라며 "문제는 벌써 취임 반년째 '혼자 앞서가는 리더십'으로 굳어져서 호응이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