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정부 시절 북핵문제의 단계적·동시적 해결을 강조한 '페리 프로세스(보고서)'를 작성했던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이 조만간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게 대북정책조정관 임명을 제안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18일 오후 민주평통이 주최한 평화통일포럼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정 수석부의장은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함께 페리 전 장관과 대북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화상간담회를 가졌다.
정 수석부의장은 "우리가 과거 페리 프로세스를 현 정세에 맞춘 '페리 프로세스 2.0'을 제안하자 페리 전 장관이 바이든 당선자한테 한국측 의사를 전달하겠다고 시원하게 답했다"고 전했다. 페리 전 장관은 내달께 바이든 당선인을 만날 예정이다.
정 수석부의장에 따르면 페리 전 장관은 바이든 당선인을 만나 대북정책조정관 임명을 제안할 예정이다. 페리 전 장관은 이에 더해 한국 정부도 대북정책조정관을 임명하고 양국 조정관끼리 대북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안을 바이든 당선인한테 제안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페리 전 국방장관은 빌 클린턴 행정부 1기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클린턴 2기 중인 1999년에는 대북정책조정관으로 임명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페리 프로세스(보고서)를 작성했다. 페리 프로세스의 핵심은 북한과의 '점진적이고 상호 동시적인' 조치로 양국 관계를 개선하는 방안이다. 현재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단계적 비핵화' 해법과 괘를 같이 한다. 이 장관 역시 미 대선 이후 줄곧 페리 프로세스를 강조해왔다.
이날 이 장관과 정 수석부의장이 제안한 '페리 프로세스 2.0' 역시 북측 입장에서 북핵문제를 바라보고, 북한의 단계적인 핵포기와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동시적인 대북제재 해제로 북핵폐기를 유도하겠다는 방향이다. 이날 정 수석부의장은 "페리 프로세스의 단계적 접근 발상은 아직도 유용하다"며 "미북이 서로 불신하고 있는 형 상황에선 북미가 단계별, 동시적 이행으로 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이날 포럼에서 미북대화의 '탑다운'방식을 강조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는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전통적인 외교방식인 실무협상 중심의 '보텀업' 방식을 취할 것이란 보편적 시각과는 대조된다. 문재인 정부의 얼마 남지 않은 임기와 바이든 정부의 외교라인 인선 및 정책검토가 완료되는 시점 등을 고려하면 탑다운 방식으로 서둘러 북핵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양국 정부가 대
이날 페리 전 장관은 "북한의 핵 능력 진전 등 당시와 상황은 변했지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해법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한미 공동으로 한층 진화된 비핵화·평화 프로세스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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