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거주 탈북민은 이미 3만 명을 넘습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갔던 탈북민은 한국 정착 후에도 북한 내에서 경험한 고통과 탈북 과정의 어려움에 외상 후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는데요.
이런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탈북민의 현실과 우리 사회의 무관심. 배준우, 이수아 기자가 연속 보도합니다.
【 기자 】
자연재해나 신체적 위협, 정신적 충격을 받고 난 후 불안이나 우울증 등 심리적인 고통을 받게 되는 증상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하죠.
생사를 걸고 우리 땅에 도착한 탈북민들은, 북한에 있을 때나 탈북 과정에서 겪은 충격적인 사건들로 인해 대부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탈북민 상담 30만 건 가운데 1/3이 건강과 심리에 대한 상담이었고, 더 주목할 만한 사실은 14%가 생계난과 외로움 등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했다고 답했다는 겁니다.
▶ 인터뷰 : 탈북민A
- "(탈북민 지인이)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 못 하고 일하다 보니까 회사에서 근무할 땐 괜찮아 보이는데 집에 와선 울고 술 먹고 한번은…."
탈북민들은 북한에 있을 때 목격한 공개 처형 장면과 굶어 죽은 사람을 지켜봐야 했던 상황, 구타 장면 목격을 주된 외상 후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또, 탈북 과정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되고 북한으로의 강제송환, 인신매매와 범죄 위협에 대한 트라우마도 컸습니다.
실제, 북한군 총격까지 받았던 탈북민은 여전히 악몽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 인터뷰 : 탈북민B
- "잘 때마다 총소리가 나고 쫓겨 다니는 악몽을 계속 꾸고 심장을 바늘로 쿡쿡 찔리는 느낌이 들어요. 식은땀 흘리면서 소스라쳐서 깨어나고."
탈북 과정에서 중국 공안에 붙잡혀 수감됐던 탈북민 B씨는 아직도 북송 공포가 생생합니다.
▶ 인터뷰 : 탈북민C
- "북송되면 죽는다고 생각해야 돼요. 정치범 수용소에 들어가는데. 짐승보다도 못한 삶을 살기 때문에…. 지옥의 문턱에서 한 석 달 헤맸다고 생각하면 될 거예요."
하지만 정작 탈북민들의 심리 치료에 대한 이해나 지원 제도는 부족한 현실입니다.
이수아 기자가 문제점을 짚어봤습니다.
영상취재 : 변성중·배병민 기자, 양희승 VJ
영상편집 : 이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