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경제3법에 대해 "우리나라 경제에 절대적으로 긍정적 효과가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의 반발로 일부 완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조항에 대해선 "(완화할 거면) 법 개정을 할 필요도 없다"까지 말하며 원안통과를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17일 서울 전경련회관 에메랄드홀에서 사단법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주최로 열린 강연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강연은 '경제민주화를 위한 10년간의 여정'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김 위원장이 1987년 개헌 당시 헌법 119조2항에 '경제민주화' 조항을 넣게 된 배경과 국내 정치 현안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그는 이날 경제3법 중 상법 개정안에 포함된 감사위원 분리선출, 3%룰 적용 등과 관련해 재계 주장대로 법을 완화하는 게 어떤지 묻는 진행자 질문에 "(현재 개정안은) 앞서 박근혜 정권 때 내놓은 상법 개정안에 있던 내용도 많이 빠져 이미 완화된 법"이라며 "그거까지 분리(수정)할 거면 법을 개정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일부 완화하자는 주장을 내놓고 있지만, 국민의힘 당 대표인 김 위원장은 오히려 더 세게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그는 "현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경제3법 법안이 과연 그 모습 그대로 통과될 수 있을지에 대해 굉장히 회의적 생각을 갖고 있다"며 "그만큼 재계의 영향력이 정치권에 막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엔 법안이 처음 만들어질 땐 근사했다가 최종적으로 법안이 완성될 때는 알맹이가 희미해지고 있으나마나한 법안이 되는 양상이 보인다"고도 비판했다.
현 정부의 경제 정책에는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현 정부는 공정과 정의를 내세웠지만 실제 내용을 보면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나 별 차이가 없다"며 "특히 기업과 관련된 법을 다룰 땐 (여야가) 거의 대동소이한 모양"이라고 짚었다. 이어 "과거의 야당이 여당이 됐다면 과거의 여당이 못했던 걸 실행해야 하는데 (지금의 여당은) 전혀 하지 못한다"며 "그러니 나라가 더 발전을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경제민주화를 하자고 하면 '좌클릭' '사회주의' 등을 이야기하는데 사회주의 국가에선 그런 이야기는 하지도 않는다"며 "(경제민주화는) 제도적으로 시장 경제를 보호하고 정상적인 체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도적 장치로 탐욕을 막아야 한다는 점을 수용하면 발전을 할 수 있고, 수용하지 못하면 경제, 사회가 불안해져 정치도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자본을 투입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려는 방식도 비판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아시아나항공 회사 규모가 크고 고용 문제도 있어 어쩔 수 없이 정부가 개입을 하더라도 기본 원칙이 있어야 하는데 마치 특정 오너를
이어 "과거 IMF 외환위기 때 성급하게 구조조정을 하면서 재벌 구조와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켰는데 이번에도 과거와 같은 방식을 그대로 적용한다"며 "정부가 편리한 대로 해결하려다보니 저렇게 산은이 (개입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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