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를 표명했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반려 의사를 받아들여 직무수행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당정청 사이에 일었던 파장이 황급히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원팀' 기조가 깨진데 불만을 품은 여당은 홍 부총리에 대한 질타를 이어갔다. 허나 홍 부총리도 갈등의 도화선이 된 대주주 요건 문제에 대해 끝까지 은근한 소신을 드러내며 각을 세운만큼 연말 개각을 앞두고 여진은 이어질 전망이다.
4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본격적인 심사에 착수하는 첫날이었지만 시작부터 홍 부총리 사의 표명을 두고 홍 부총리와 여야의원 간 공방이 난무했다.
야당은 홍 부총리에게 향후 거취에 대해 명확한 의사를 밝히라고 추궁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홍 부총리를 향해 "곧 떠나겠다고 한 사람을 상대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는게 무슨 의미가 있냐"며 문재인 대통령의 반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퇴를 고집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또한 "(반대로) 반려를 받아들이고 그냥 하겠다고 하면 정말 무책임한 것이다. 국민들은 각본에 의한 '정치쇼'라고 의심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홍 부총리는 문 대통령의 반려 의사를 수용해 직을 수행하겠다고 했다. 그는 "지금 상황에서는 저는 인사권자의 뜻에 맞추어서 부총리 직무수행에 최선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치쇼'라는 지적에 대해선 "저는 정말 진정성을 담아서 책임있게 반응해야하지 않나 해서 진심을 담아서 사의표명을 한 것인데 이를 '정치쇼'라고 한 것에 대해서는 심히 유감"이라고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0.11.04 [김호영 기자] |
그러나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결정된 사안이기 때문에 말을 아끼고 따르겠다면서도 끝까지 소신을 피력했다. 대주주 요건과 관련해 "부총리 스스로 의견을 접은 것이냐 아니면 꺾인 것이냐"는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홍 부총리는 "그동안에 쭉 10억보다 3억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재차 "부총리 생각은 3억입니까 10억입니까"라고 추궁하자 "(결론이) 조율이 돼서 더이상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정부는 공평과세를 위해 그렇게 주장해왔다"고 했다.
전날 논란이 일었던 사의표명과 반려의 방식 및 시점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김 의원은 3일 오전 국무회의가 화상으로 이뤄졌는데 사의표명을 대면으로 했는지 비대면으로 했는지 물었고 홍 부총리는 "둘 다 있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의 반려 역시 청와대는 사의표명 후 즉각 이뤄졌다고 밝혔는데 홍 부총리는 오후에서야 들었다고 해 엇갈린다는 지적에 대해선 "(사의표명 직후) 대통령께서 말씀하실때는 어느 정도 뜻이 있었지만 (바로 알지는 못했다)"라며 "(3일) 오후 2시50분 정도에 그렇게 발표했다는 것을 메모를 받고 알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날 기재위에선 오후 3시30분 경 문 대통령의 반려 사실에 대해 "국회를 오느라 듣지 못했다"고 답한 바 있어 설명은 여전히 엇갈리는 상황이다.
한편 여당 내부에선 홍 부총리의 돌발 사의 표명에 상당한 불만 기류가 감지된다. 문 정부 출범 이후부터 자랑으로 여겨온 당정청 '원팀' 기조가 깨져버렸기 때문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부총리와 당이 부딪혔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지 않았느냐. 4월엔 공공연하게 사의설까지 돌았었는데"라며 "사의를 표명을 스스로 공개한 것도 문제지만 '고위 당정청 회의'라는 걸 콕찝어 결론이 난 일에 대해 본인은 끝까지 반대했다고 말한 것도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민주당은 당정 갈등이 더 커지는 것처럼 보이는 모양새를 막기 위해 당내 의원들을 향해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이날 예결위 전체회의를 앞두고 박홍근 의원은 동료 예결위원들에게 '대주주 요건과 주택 재산세에 대한 질문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같은 지시는 보좌진들에게까지 전달됐다. 박 의원은 "당내 의견을 들어보니 그 문제를 또 지적하는 것이 불필요한 논란만 키울 것 같아서 협조를 구한 것"이라며 "그러나 개별의원들이 판단할 문제이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연말 개각을 앞두고 홍 부총리를 교체 대상으로 삼아달라는 요구가 청와대에 전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4월 재난지원금 국면에서 기재부를 향해 '정치하지 말라'며 해임 건의까지 거론한 상황에서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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