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판사 출신인 노무현 대통령은 논리적이고 직설적인 언변의 소유자였습니다.
반면 그 어떤 정치인보다 소탈한 화법으로 서민의 사랑을 받기도 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긴 말들을 김천홍 기자가 정리해봤습니다.
【 기자 】
노무현 전 대통령은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렸던 '5공 청문회'가 낳은 스타였습니다.
부정부패에 불같이 분노했지만, 법조인 출신답게 증인을 옥죄는 논리력의 소유자였습니다.
인신공격이 아니라 증인이 오늘 답변이 회피하는 것이며 불성실한 답변이기 때문에 이렇게 묻는 겁니다.
노 전 대통령은 '돈 없고 백 없는' 서민들의 분신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부정부패할 필요 있겠습니까? 여러분들이 돼지 팔아 보내주신 돈으로 대통령 후보 기탁금 냈습니다. 새 정치는 시작됐습니다. 계보 없으면 대통령 후보 안 된답니다. 노무현이는 측근도 없고 가신도 없고 돈도 없지 않느냐
그래서 대통령 후보 안 되겠다. 그렇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대통령 후보가 됐습니다.
화려한 수사는 없었지만, 지지자들의 성원에 마음으로 감사할 줄 아는 정치인이었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위대한 선택으로 저는 대한민국 새 정부를 운용할 영광스런 책임을 맡게 됐습니다.
서민의 대통령답게 정치인 같지 않은 구수한 화법으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참여정부 대통령은 설거지 대통령입니다. 20~30년 묵은 과제들을 해결했습니다. 행정수도는 30년 묵은 과제이고, 용산기지 이전·작통권·국방개혁은 20년 묵은 과제이며 방폐장 부지·장항공단은 18년 묵은 과제이고, 사법개혁은 10년 이상 끌던 과제이고 항만 노무공급체계는 세계 어느 정부도 해결하지 못했던 백 년이 넘는 '꼴통' 과제였습니다.
그러나 직설적이고 소탈한 화법 때문에 종종 입방아에 올랐고,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죠?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양보할 수도 없고
그래서 이렇게 가다가는 대통령직을 못 해먹겠다는 위기감이 듭니다.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을 당했을 때도 툴툴 털고 일어났습니다.
취임할 때보다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꼿꼿했던
그러나 그의 마지막 말은 초라했고, 힘이 빠져 있었습니다.
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합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검찰 조사를 받기 전 고개를 떨구며 했던 이 말이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인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mbn뉴스 김천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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