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가 선호도 조사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은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사무총장으로 추천하면서 정부가 향후 대응을 고심 중입니다.
정부는 미국이 한국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상황에서도 역전이 쉽지 않다고 보고 WTO의 권고에 승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오늘(29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WTO 일반이사회 의장으로부터 회원국 선호도 조사에서 오콘조이웨알라 후보가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에 큰 차이로 앞섰다는 통보를 받고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WTO 일반이사회 의장은 어제(현지 시간 28일) 전체 회원국을 소집한 회의에서 오콘조이웨알라가 후보가 선호도 조사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며 그를 사무총장으로 추천했습니다.
WTO는 전체 회원국의 컨센서스(의견일치)를 도출해 11월 9일 개최되는 특별 일반이사회에서 차기 WTO 사무총장을 승인할 계획입니다.
이 상황에서 정부에 놓인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결과에 일찍 승복하거나 9일까지 상황을 보는 것입니다.
사무총장 선출에는 모든 회원국이 동의해야 하는데 유명희 본부장을 지지해온 미국이 공개적으로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에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미국은 어제(28일) 전체 회원국 회의에서 유일하게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에 반대했으며,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미국은 WTO의 다음 사무총장으로 한국의 유명희 본부장이 선출되는 것을 지지한다"는 성명까지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미국이 나서더라도 유명희 본부장의 당선은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이 강력하게 버틸 경우 유럽연합(EU)이나 중국이 대안으로 유 본부장을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EU와 중국은 선호도 조사에서 나이지리아에 표를 던졌지만, 한국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외교 당국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지리아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습니다. 나이지리아가 유 본부장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나이지리아도 한국도 당선이 안 되는 교착 상태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정부의 고민은 그에 대한 비난이 한국에 돌아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그간 WTO를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모범생'이 되려고 노력했는데 승산이 없는 싸움에서 버틸 경우 '미국만 믿고 떼쓴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 내에는 '아름다운 퇴장'을 선택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미국이 변수입니다.
한국이 승복하더라도 미국이 나이지리아 후보에 대한 반대를 굽히지 않으면 사무총장 선출이 마냥 지연될 수 있습니다.
나이지리아를 지지했던 유럽 국가의 언론에서는 이미 '미국이 WTO를 의도적으로 파괴하려고 한다'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 의사와 무관하게 사무총장 선출이 안 되는 교착상태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어떤 목적으로 유 본부장을 지지하는지는 정부 당국자들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지만, 향후 WTO를 미국 의도대로 개혁하는 데 나이지리아보다 한국 사무총장이 더 협조적일 것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USTR은 지지 성명에서 유 본부장의 통상 전문가로서 능력을 높게 평가하면서 "WTO는 중대한 개혁이 매우 필요하다. 현장에서 직접 해본 경험이 있는 누군가가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았지만,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WTO가 제시한 일정은 11월 9일이지만, 당장 11월 3일이 미국 대선입니다.
지금 한국을 지지하는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미국 입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바이든이 당선될 경우 WTO 회원국들이 차기 미국 정
정부가 어떤 입장을 정하든 그동안 유 본부장을 지원해준 미국과 충분한 협의를 하고 양해를 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외교 소식통은 "아직 정부 기류가 어떻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조속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