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은 좋은 정치인이 될 수 있을까? 지난 23일 정치에 뛰어들 가능성을 내비친 그는 순식간에 야권의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 떠올랐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여왕벌이 떴다"라며 야권 대선후보로서 그의 압도적 경쟁력을 인정했다. 윤 총장이 지난 2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퇴임 후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라고 밝힌 것만으로도 야권의 대선 지형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봉사) 방법에 정치도 들어가느냐"는 질문에 "그건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그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임기를 지키겠다고 거듭 다짐한 현직 검찰총장으로서는 가장 높은 수위에서 정계 진출의 뜻을 표현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제 그가 정치를 한다고 봤을 때, 관심사는 그가 좋은 정치인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정치인으로서 존경받을 업적을 남길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치는 그가 평생을 몸담은 검찰의 세계와는 작동 원리가 전혀 다른 곳이다. 권력 비리 수사에 한치의 주저함도 보이지 않는 단호함으로 '검사 윤석열'의 명성을 쌓은 그가 '정치인 윤석열'로서도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을까.
그 답을 생각하는데, 문득 잭 웰치 전 GE 최고경영자(GE)가 기억났다. 지금은 GE가 평범한 기업으로 전락했으나 잭 웰치 시절 GE는 최고의 혁신 기업으로 각광받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퇴락했으나 한때 경영이념의 주류였던 '주주 중심 경영'의 선구자로 칭송받던 사람이 바로 잭 웰치였다. 1999년에는 '포춘' 잡지에서 20세기 최고경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당연히 그는 CEO 은퇴 이후 정계에 진출하라는 러브콜을 잇따라 받았다. 최고 기업을 일구었듯이 최고의 국가를 만드는데 봉사하라는 달콤한 유혹이었다. 그러나 그는 정계 진출을 거부했다. 퇴임 후 미시간대학교 학생들과 나눈 대화에서 그 이유를 분명하게 밝혔다. 경영은 승리가 목적인 반면 정치는 통합이 목적이라는 것이다. 평생 승리를 위해 살아온 그가 통합이라는 전혀 다른 목적을 위해 헌신하는 건 어렵다는 취지였다.
잭 웰치의 말은 '정치인 윤석열'의 도전과 과제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검사 윤석열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일도양단으로 자르는 일을 하며 지난 26년을 보냈다. 예를 들어 뇌물죄에는 유죄냐 무죄냐 선택이 있을 뿐이다. 54% 유죄이면서 46% 무죄라는 건 있을 수 없다. 이처럼 검사는 흑과 백을 분명히 가리는 세상에 산다. 그게 검사 윤석열이 살아온 세상이다.
그러나 정치의 세계는 완전히 다르다. 그곳은 일도양단의 세상이 아니다. 흑과 백 사이에 넓은 회색 지대가 존재한다. 누구는 옳고 누구는 틀렸다고 명확히 구분할 수 없는 세계라는 뜻이다. 너(또는 너의 편)와 나(또는 나의 편) 모두가 틀릴 수도 있고, 모두가 옳을 수도 있는 세계다. 너와 나가 협상과 대화, 조정을 통해 더 나은 해법을 찾아야 하는 세계가 정치다. 이를 통해 너와 나의 분열이 아니라 너와 나의 통합을 추구하는 게 '좋은 정치'다. 아마도 잭 웰치는 이런 사실을 인식했던 거 같다. 상대보다 앞서고 상대를 이기는데 집중하며 평생을 살았기에, 좋은 정치는 해낼 수 없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만약 윤석열이 '좋은 정치인'이 되고자 한다면 '검사 윤석열'과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판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흑과 백을 나누는 일도양단식의 사고는 지양해야 한다. 만약 그 같은 사고방식을 바탕으로 정치에 입문한다면 대한민국이 더욱더 분열될까 겁이 난다. 지금 대한민국은 상대 편을 적으로 보는 '분열적 사고'가 횡행하고 있다. 우리는 옳고 저쪽은 틀렸고, 우리는 도덕적이고 저쪽은 비도덕적이라는 식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이 검사로서 합법과 불법을 갈랐듯이, 정치인으로서도 흑백을 가르려 한다면 세상은 양쪽으로 더욱더 쪼개질 수 있다.
일단 그가 정치에 뛰어든다면, 나라를 위해서라도 좋은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는 건 당연한 얘기다. 야권의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있는 그가 통합의 정치로서 나라에 봉사했으면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 환골탈태(換骨奪胎)의 자세로 노력할 의지가 없다면 정치인보다는 법조인의 자리가 그에게 더 어울릴 것이다.
좋은 정치인이 될 준비로서 윤석열은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화법을 배우는 게 어떨까 한다. 루스벨트는 백악관 참모가 어떤 의견을 내면 "나는 네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하곤 했다. 다른 참모가 정반대 의견을 낼 때에도 같은 말을 했다. 그 결과, 참모들은 대통령이 자기 말에 동의한다고 느꼈다.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얘기했다. 덕분에 루스벨트는 다양한 관점의 의견을 접할 수 있었다. 만약 윤석열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을 때 옳고 그름을 가리는 대신 "나는 네 의견에 동의한다"라고 말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루스벨트처럼 다양한 관점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상대 편의 주장에도 충분한 근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 주장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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