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P] 주호영, 기자들에 "윤석열 정계진출 질문 말라" 이유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망론에 대해 "마뜩잖다"며 선을 그었다. 야권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를 국정감사 최대 공격포인트로 삼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윤 총장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여권의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주 원내대표는 23일 국정감사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총장이 향후 진로에 대해 정계 진출 여지를 남겼다"고 묻자 "그런 질문을 하지말라"며 다소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언론이 검찰총장의 정계 진출을 얘기하는데 마뜩잖다"면서 "공직에 있고 정치와 거리를 둬야할 정치적 중립성이 있는 사람들인데 정치 가능성을 언급하면 순수성을 왜곡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 총장은 전날 국정감사에서 "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흔들리지 않고 임기를 지키라는 소임을 받았다"등 작심발언을 쏟아내면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국정감사 종반부까지 추 장관에 대한 이렇다할 공세를 보이지 못한 국민의힘으로서는 윤 총장에 대한 섣부른 대권론 보다는 "정치와 무관한 순수한 검찰총장"의 이미지를 통한 반여권 정서 포섭이 우선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에서 줄곧 야권 대선 후보 지지도 1위를 차지해온 윤 총장은 전날 국회 법사위에서 "퇴임하고 나면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방법을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마땅한 대권 '스타'가 없는 국민의힘은 조심스럽게 윤석열 대망론을 띄우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주 원내대표는 추 장관을 향해 "검찰을 파괴하고 정권을 지키는 공이 높으니 그만하면 만족함을 알고 그만두는게 좋겠다"면서 공세를 이어갔다. 살수대첩을 앞두고 고구려 장수 을지문덕이 수나라 장수의 어리석음을 비꼰 한시 '여수장우중문시'의 구절을 인용해 추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울산시장 선거공작 의혹,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채널A기자의 부정취재 의혹'등 문재인 정부 들어 국민의힘이 제기한 의혹들을 하나씩 짚으며 "족함을 알면 그만두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전날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 국민의당까지 합세해 110명 공동발의로 라임·옵티머스 정관계 로비 의혹 특검법을 제출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특검은 어렵다"며 거부하자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이날 회의 이후 취재진과 만난 주 원내대표도 특검이 좌초된다면 이후 대응을 어떤 방식으로 하겠냐는 질문에 "특검을 피해갈 수 없다" 수준의 답변을 내놓는데 그쳤다. 그는 "이 사건은 특검이 실시되면 레임덕이 온다, 내년 2~3월경 특검 수사가 진행되면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 필패라고 생각해 받지 않을 것"이라면서 "여러 방안을 모색중이지만 국민의 관심과 힘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날 추 장관의 사퇴 요구 역시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사퇴 여론을 이끌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박제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