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한국은행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를 향해 "너나 잘하세요"라고 발언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총재가 재정 건정성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엄격한 재정 준칙을 강조한 데에 대한 질책이었다.
이 총재는 이날 재정준칙에 대한 생각을 묻는 여당 의원 질문에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장기적인 전망을 보면 건전성 저하가 우려된다. 위기가 회복됐을 때를 생각하면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 의원은 "재정준칙 도입 방안을 밝히고 민감한 상황인데, 독립기관인 한은 총재까지 나서서 논란에 기름을 붓고 있다"며 "한은이 신종 코로나라는 엄중한 시기에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서 대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정부 정책에 훈수를 두는 건가. '너나 잘하세요'라는 영화 대사가 떠오른다"고 질타했다.
이어 "지금 코로나로 정부가 확장적 재정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데, 어떻게 엄격한 재정 준칙이 가능할 수 있냐"며 "(이 총재는) 엄격한 재정준칙을 강조할 게 아니라 공적자금 회수 방안 등 국채 발행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먼저 제시했어야 한다"고 강하게 밀어붙였다.
같은 당 박홍근 의원 역시 "재정준칙의 엄격성을 강조하셨지만, 해외 주요 나라 보면 중앙은행이 준 재정 역할을 한다"며 "한은이 확장 재정 정책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달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제가) 재정준칙은 무조건 엄격해야 한다고 말한 게 아니라, 균형감 있게 얘기하려고 했다"며 "(여당 의원들의) 주장도 맞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어느 때 보다 재정의 적극적 정책이 필요하다. 너무 엄격해서 긴축적으로 가면 안 된다. 다만 이런 위기 요인이 해소된다면, 평상시 준칙은 엄격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을 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양 의원의 질의 직후 이 총재에게 "많이 당혹스러우시죠"라며 "한은이 계속 정치 중립적이고 독립적 목소리를 앞으로 더 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김정은 기자 1derland@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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