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다양한 신무기를 공개하며 보란 듯이 환하게 웃었습니다.
자위적 전쟁억제력을 계속 강화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건데, 핵 무력과 미국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피하고,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들'이란 표현도 썼습니다.
북한 내부 상황, 남한과의 관계, 미국 대선 모두를 고려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정치부 우종환 기자와 함께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 질문1 】
우 기자,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을 보란 듯이 공개한 데는 어떤 의도가 있을까요?
【 기자 】
핵무기와 함께 이 두 가지는 북한 입장에서 일종의 보험입니다.
우리에겐 이런 무기가 있으니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건데, 이번에 전보다 개량된 무기를 공개했다는 건 '보험'의 가치를 더 높였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신무기 공개 열병식은 우리 정부와 미국을 겨냥한 보여주기식 행사지만 내부 결속 목적도 있습니다.
전 세계가 놀랄 무기를 우리가 만들었다, 미국이 우리를 어떻게 하지 못할 무기를 갖고 있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 질문2 】
물론 미국이나 우리 정부 모두 북한의 의도를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장거리 무기라는 특성상 미국 입장에선 불쾌할 수 있거든요.
미국 정부가 한결같이 강조했던 '레드라인'이 장거리미사일인 대륙간탄도미사일인데 이걸 북한이 보란 듯이 공개했잖아요.
【 기자 】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열병식 연설에서 "누구를 겨냥해 전쟁억제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다", "어떤 세력이 우리를 겨냥해 군사력을 사용하려 든다면 응징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공개한 ICBM에 선제공격 의도는 없다고 밝힌 건데, 미국에 보여는 주되 크게 자극하지는 않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는 미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과 관계가 좋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국면을 조성하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읽힙니다.
다만, 트럼프나 바이든 누가 집권하든 협상력을 올리려는 의미로 ICBM을 미리 보여준 것으로 보입니다.
▶ 인터뷰 : 조한범 /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강도를 조절했다고 봐야 되고요. 김여정 제1부부장이 말했던 대화 재개 의사, 그 의사를 암묵적으로 표현하면서 강도는 조절했다고 봐야겠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실망스럽지만,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제시한 비전에 의해 나아가고 있다"는 반응으로 확대해석을 자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질문3 】
그럼 이번엔 우리 정부에 보내는 메시지를 한 번 들여다보죠.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서 미국을 겨냥한 전략무기뿐 아니라 초대형 방사포와 신형 장갑차 등 우리나라를 타격하는 재래식 무기의 개량형 버전도 대거 공개했어요.
그러면서도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이 다시 두 손을 마주 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는 말을 했는데, 이걸 어떻게 봐야 할까요?
【 기자 】
일단 김 위원장 메시지만 놓고 보면 분명히 유화 제스처가 읽힙니다.
앞서 지난 2018년 신년사에서 민족화해와 통일 분위기 조성을 촉구한 뒤 그해 판문점과 평양정상회담으로 이어진 만큼 다시 한 번 대화를 추진한 거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환경이 조성되는 대로 남북관계를 복원하자는 북한의 입장에 주목한다"고 말했고, 통일부는 "남북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시사한 것에 주목한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심지어 국방부도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군사력을 선제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에 주목한다"며 긍정적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ICBM 공개에 따른 위험보다는 김 위원장의 유화 메시지에 무게를 두는 건데요.
다만, 메시지에 이은 후속 조치가 따를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우리 정부가 요구하고 있는 연평도 공무원 피격 사건 공동조사를 아직 북한 측이 받아들이지 않는 만큼 앞으로 어떤 대화 가능성이 열리느냐에 따라 메시지의 진정성을 추측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질문4 】
네, 마지막으로 정치권 반응 한번 짚어보죠.
여야가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죠?
【 기자 】
네, 북한이 내놓은 상반된 메시지에 대해 여야는 각각 한쪽 부분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김 위원장 메시지에 의미를 두고 있는데요.
당 차원에서는 "이례적 발언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하겠다는 우리 의지에 화답한 것"이라고 입장을 냈습니다.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코로나 이후 다시 남북협력의 시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하는 발언"이라고도 말했습니다.
반면, 야당인 국민의힘은 신형 무기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우리 국민을 총살하고도 한마디 직접 사과 없이 김정은은 신형 무기 퍼레이드에 나섰다"고 비판했습니다.
【 앵커멘트 】
지금까지 정치부 우종환 기자와 얘기 나눠봤습니다.
영상편집 : 한남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