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어제 열병식에서 신형 전략무기들을 공개하면서도 남북 교류 협력을 시사하며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었는데요.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어떤 메시지가 읽히는지 외교안보팀 배준우 기자와 뉴스추적해보겠습니다.
【 질문 1 】
배 기자, 공개된 무기들 얘기를 좀 더 해보자고요. 신형 ICBM은 이전 화성-15형에 비해 얼마나 강력한 건가요?
【 기자 】
앞선 리포트에서 보셨다시피 신형ICBM은 화성-15형에 비해 길이가 1~2m 더 긴데요.
추진체와 연료의 용량도 증가해 사거리가 2천km 늘어난 1만 5천km로 추정되고, 탄두를 여러 개 장착한 다탄두 ICBM일 가능성도 큽니다.
발사에 사용되는 거치대도 미사일에 붙인 채로 발사하는 형태로 보여, 거치대를 따로 세워야 하는 화성-15형보다 빠른 발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연료 주입구로 보이는 부분도 부착돼 신속한 발사가 가능한 고체연료가 아닌 주입 시간이 필요한 액체 연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대륙 간 탄도 미사일은 대기권을 벗어났다가 다시 진입하는 재진입 기술이 관건인데요.
북한이 이 기술을 확보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우리 군의 입장이라 당장 실전 배치 가능성은 작아 보입니다.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도 선보였는데요.
지난해 11월 발사한 북극성 3형보다 길이가 짧아져 잠수함에 실제 탑재가 가능하게 하고 경량화를 통해 사거리를 늘린 것으로 보입니다.
【 질문 2 】
열병식이 심야에 상당히 화려하게 열렸어요. 왜 밤에 열린 건가요?
【 기자 】
전문가들도 통상 개최됐던 오전 10시가 아닌 심야에 열린 이유에 대해선 의아하다는 반응인데요.
12시간 정도 나는 미국과의 시차를 고려했다고 하기에도 생중계를 하지 않고 저녁 7시에 영상을 공개해 설득력이 낮고요.
야간을 이용한 화려한 LED 조명과 에어쇼, 폭죽을 보여주며 새로운 시대의 지도자 이미지를 강조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드론으로 평양 상공을 촬영하는가 하면, 바닥에 설치한 레일로 열병식 대열을 속도감 있게 잡는 등 촬영에도 공을 들인 모습입니다.
지난 7월에 김여정 제1부부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담화에서 미국 독립절 기념행사 DVD를 얻고 싶다고 했었죠.
밤 0시를 기해 이뤄지는 화려한 불꽃놀이나 전투기 편대 에어쇼 등 미국 독립기념일 야간행사도 상당 부분 참고한 것으로 보입니다.
【 질문 3 】
미사일 실험은 하지 않으면서 전략무기는 보였단 말이죠.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가 뭘까요.
【 기자 】
미 대선과 국제여론을 고려해 도발의 강도는 조절하면서도 존재감은 과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사일 실험과 같은 고강도 도발을 통해 위기감이 지나치게 고조되면 북미 대화를 추진해 온 트럼프 대통령에겐 악재가 되겠죠.
원칙적인 대북 외교를 지향하는 바이든에게 유리해지고요.
대미 협상의 판을 깨지 않으면서도 전략무기를 공개함으로써 대미 협상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 인터뷰 : 조한범 /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강도를 조절했다고 봐야 되고요. 김여정 제1부부장이 말했던 대화 재개 의사, 그 의사를 암묵적으로 표현하면서 강도는 조절했다고 봐야겠습니다."
【 질문 4 】
남녘 동포를 언급하며 보건 위기를 극복하고 남북이 손을 맞잡는 날을 기원한다고 했어요. 남북 협력을 하자는 걸로 볼 수 있을까요.
【 기자 】
일단 남한에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했다는 점은 긍정적인데요.
우리 정부는 통일부를 중심으로 그동안 대북제재에 걸리지 않는 물물교환 방식의 '작은 교역'이나 개별관광, 코로나19 방역 협력 등을 제안해왔는데요.
북한은 교류 협력엔 응답하지 않았고 태풍 수해 복구에 대해서도 외부 지원을 불허하며 거부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김 위원장이 직접 남북 교류협력을 시사한 만큼 북한이 전향적인 태도 변화에 나설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김정은은 남쪽을 향해서는 화해의 손길을 미국에는 신형 전략 핵무기를 내밀었다"며 우리 정부의 고심이 깊어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보건 위기가 끝나면'이라는 전제를 달아서 협력을 논의할 생각은 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끝나고 나서 보자는 의미라는 분석도 있어 상황을 지켜봐야겠습니다.
▶ 인터뷰(☎) : 박원곤 /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
- "한국 정부가 계속 얘기하고 있는 방역 협력을 완곡하게 거절한 거고, 남북 간의 사업도 뒤로 미루거나 안 하겠다는 표현으로 읽을 여지가 크지 않을까…."
【 질문 5 】
열병식에 등장한 인물들도 관심인데요. 김여정, 현송월은 보였는데 부인 리설주는 없었어요?
【 기자 】
네, 우선 눈에 띄었던 건 김여정과 현송월의 역할 분담인데요.
김 위원장이 아이들에게서 받은 꽃을 현송월 부부장에게 넘기는 모습입니다.
김 위원장의 옆에서 수행하는 역할은 과거 김여정 제1부부장이 해왔는데, 이제 현송월 부부장이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거죠.
그만큼 김여정 제1부부장이 대남 대미 총괄을 맡으며 위상이 높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부인 리설주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5년 전 70주년 당 창건 행사 때 참석했던 것과는 대조적인데요.
김 위원장 부부에겐 어린 세 자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코로나19 상황에서 방역을 고려해 외부 활동을 자제한다는 추측이 나옵니다.
또 지난 9개월간 모습을 보이지 않아 임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 앵커멘트 】
북한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그동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열병식을 시도한 건 분명해 보이는데요. 한반도 평화와 남북미 대화에도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일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배준우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