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공개해 이목을 끄는 가운데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와 관련, "'혹시나'가 '역시나'로 막 내렸다"고 평가했다.
태 의원은 11일 새벽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김정은은 지금 남쪽을 향해서는 화해의 손길을, 미국에는 신형 전략 핵무기를 내밀었다"며 이같이 적었다.
그는 "북한 열병식을 앞둔 최대 관전 포인트는 김정은 연설 내용과 신형 전략무기의 공개 여부였다"면서 "북한이 이례적으로 열병식을 새벽에 진행한 이유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관전 포인트가 하나 더 늘었다"고 운을 뗐다.
태 의원은 "김정은은 연설에서 '모두가 무병, 무탈하여 고맙습니다' 등 북한 주민들에게 미안하고 감사해 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여주어 북한 주민들을 감동시켰다"며 "무슨 말을 할지 고민하다 '고맙습니다'라는 말밖에 찾지 못했다는 김정은 연설은 자신도 정책실패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그만큼 북한 내부가 힘들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에게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 굳건하게 손 맞잡기를 기원한다'는 내용으로 우리 공무원 피격사건을 무마시키고 더 이상의 관계 악화를 바라지 않는다는 유화 메시지도 나왔다"며 "'핵보유국'이라고 하는 단어보다 '전쟁 억제력'을, '미 제국주의'라는 직접적인 표현보다 '침략 세력'이라는 간접적인 용어로 순화시켰다"고 부연했다.
이어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혹시나'가 '역시나'였다"면서 "결국 김정은은 지난해 말 언급한 대로 새로운 전략무기를 내놓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열병식에서 공개한 각종 신형 무기명을 나열하고 "ICBM을 그대로 발사할 수 있는 차량과 확장된 미사일 몸체와 탄두 부분을 공개함으로써 미국을 향한 발사 시간 단축과 워싱턴과 뉴욕을 동시에 핵 타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음을 보여주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정은은 연설에서 핵무기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신형 전략무기가 열병식장에 들어서자 북한TV는 '거대한 핵전략 무력이 지심을 무겁게 누르며 들어서자 온 광장이 격정과 흥분의 열파로 세차게 끓어번졌다'고 보도하여 세계에 신형 핵무기가 등장했음을 선언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김정은도 신형 전략무기가 공개되면 대북제재 완화에 악영향이 된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면서 "북한의 '정면돌파' 전략이 변하지 않음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주며 내부결속도 다지고 미 대선 후 시작될 협상에서 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속셈이 깔렸다"고 분석했다.
태 의원은 "이번 열병식을 통해 미국에 대한 북한의 핵위협이 한층 더 가중된 상태에서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북한과의 외교성과는 무의미하게 되었고,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외교를 실패로 몰아가던 바이든 후보에게는 호재가 되었다"고 적었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이 새롭게 추진하려는 '선(先) 종전선언 후(後) 비핵화 추진안'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면서 "이번 열병식은 북한의 '우리 민족끼리'와 '한미 동맹' 사이에서 어느 쪽을 선택할지 우리 정부를 더욱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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