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화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그린뉴딜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국책은행들은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사업에 4000여억원 규모의 금융을 지원하거나 직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은행은 국내사업에 대해서는 직접 '주간사은행'으로 참여해 사업 전반에 대한 관리와 심사를 맡아 진행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 및 산업은행, 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은행 석탄금융 취급액 현황'에 따르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각각 3771억원과 232억원을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사업에 대출하거나 직접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산업은행이 인도네시아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참여하고 있는 KALSEL 석탄화력발전사업의 경우 단일 규모 2873억원을 약정했고 현재까지 2670억원이 집행된 상태다.
최근 한국전력이 베트남 붕앙2 석탄발전소 건립을 추진하면서 "국내에서는 탈석탄, 해외에서는 친석탄"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지만, 국내 석탄화력 발전에 대한 투자 및 금융지원액 역시 상당한 수치다. 최근 두 국책은행의 5년간 석탄금융에 대한 대출 및 투자금액은 총 1조 8220억원에 달하는데 이중 2861억원은 산업은행이 직접 '주간사 은행'을 맡아 프로젝트 파이낸싱(PF)형식의 금융지원을 주도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철도, 전기와 같은 인프라 구축 등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사업에 2개 이상의 은행이 '대주단'을 구성해 공동으로 장기간 대출을 해주는 투자방식이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만큼 대주단은 단순 대출 뿐 아니라 개발계획의 조사와 입안, 사업수행능력 평가등 사업 전 분야를 관리하고 심사한다. 이 중 '주간사 은행'은 대주단을 대표하는 은행으로 주도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은행을 뜻한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주간사 은행으로 나섰다는 것은 석탄화력발전소 개발의 전 단계에 걸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의미라 "말뿐인 그린뉴딜"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면면을 들여다보면 산업은행이 PF를 지원한 사업들은 새만금 집단에너지사업(약정금액 175억원), 삼척 석탄화력발전사업(약정금액 1332억원) , 북평 석탄화력발전사업(약정금액 1000억원)등이다. 산은이 주간사로 참여하고 있는 삼척석탄화력발전사업에는 기업은행 역시 300억원을 약정했다.
특히 기업은행의 경우 PF를 통해 화력발전(석탄+LNG) 사업에 대출한 금액이 전체 PF 금액의 절반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행이 올해 8월말 기준으로 진행중인 PF 대출액은 총 2067억원인데 이중 59.6%에 해당하는 석탄과 LNG 사업에 1232억원이 투자됐다. LNG(액화천연가스)는 한때 친환경 에너지로 알려졌으나 지난해 4월 LNG 발전소에서 유독가스인 일산화탄소가 환경부의 소각시설 오염물질 허용치를 40배 넘겼다는 한국동서발전 내부보고서가 공개되면서 친환경 여부에 논란 일었다.
문제는 그린뉴딜을 주창한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이후 PF 규모가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올해 8월까지만 집계한 산업은행의 석탄화력발전 사업 PF 규모는 3771억원으로 이미 작년 한해 지원금액인 3615억원을 넘어섰다. 특히 정부가 뉴딜정책을 발표한 7월 이후에도 산업은행은 인도네시아 자바 9호기와 10호기에 대한 석탄화력발전 PF에 대출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바9.10호기 사업은 한국전력이 지난 8월 출자를 결정해 지분 15%를 확보
권은희 의원은 "정부는 앞에서는 탈석탄, 그린뉴딜을 외치면서 뒤로는 석탄화력발전사업에 누구보다 열을 올리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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