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굴기'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서 삼성전자 등이 보유한 핵심기술을 보호하는 법안이 발의된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핵심기술 유출 근절을 위한 산업기술유출방지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7일 밝혔다. 핵심기술을 보유한 기관의 동의 없이 해당기술을 사용 및 공개하는 경우에는 이를 적법하게 취득했는지와 상관없이 처벌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이와 관련해 고 의원은 지난 2016년 삼성전자의 한 임원이 반도체 핵심기술을 유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죄 판결을 받은 사례를 언급했다. 삼성전자 전무였던 이 모 씨는 2016년 5월부터 7월까지 3회에 걸쳐 스마트폰 핵심부품인 시스템반도체 핵심기술 47건을 유출해 기소됐으나 2018년 7월 대법원에 의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임원은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AP(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제조 기술 관련 자료를 반출해 개인적으로 보관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부정한 목적으로 자료를 유출한 정황은 의심이 가나 이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고 의원실 관계자는 "(기술유출 범죄의 경우) 부정한 목적의 입증이 사실상 어렵고 이 때문에 실형선고율도 낮다"며 "적법하게 국가핵심기술을 취득했다고 하더라도 대상 기관의 동의가 없이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경우 처벌하도록하는 게 이번 법안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고 의원은 발의예정인 산업기술유출방지법 개정안을 '삼성전자 국가핵심기술 유출 방지법'이라고 명명했다.
한편 법안은 국가핵심기술 보유기관이 보안전담조직과 보안전담임원을 두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한국산업보안한림원에 따르면, 국가핵심기술 보유기관 143곳 중 보안전담임원이 존재하는 곳은 5%에 불과했고 보안전담조직이 있는 곳도 35%에 그치
고 의원은 "국가핵심기술은 한번 해외로 유출되면, 국가 안전보장과 국민경제 전반을 뒤흔들 수 있는 기술"이라며, "삼성전자가 보유한 국가핵심기술 47건이 유출됐음에도 법률적 미비로 인해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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