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대장에서 원수로 파격 승진하며 전략무기 개발 총괄자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번 드러냈습니다.
북한 군 고위급 계급 칭호는 '대장→차수→원수' 순으로, 차수를 거치지 않고 원수 칭호를 받은 것은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 일가가 아닌 일반인 가운데서는 리병철이 유일합니다.
김 위원장의 신임이 얼마나 큰가를 보여주는 동시에 체제 수호를 위해 핵·미사일 등 전략무기 개발을 앞세운 자위적 국방력을 지속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계기로 재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 승진 가도를 달리고 있는 리병철은 특히 올해 북한 군사부문에서 김정은 위원장에 이어 '넘버2'로 확고히 자리매김했습니다.
지난 5월 2014년 이후 줄곧 공석이던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자리를 꿰찬 데 이어 8월에는 권력의 상징인 정치국 상무위원까지 오르며 권력의 핵심에 우뚝 섰습니다.
앞서 지난 4월에는 국무위원회의 위원에 선출됐고, 지난해 말 당 전원회의에서 군수 담당 당 부위원장에 올랐습니다.
정치국 상무위원 가운데서도 서열 5위에서 단박에 서열 3위로 올라섰습니다.
북한 국정운영의 핵심인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당초 김정은 위원장과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이뤄진 '3인 체제'였다가 8월 13일 김덕훈 내각총리와 리 부위원장을 포함한 '5인 체제'로 개편됐습니다.
리 부위원장은 당시 서열 5위로 꼽혔지만, 지난 8월 25일 정치국 확대회의부터 지난달 29일 열린 정치국회의, 이번 회의까지 연달아 김정은 위원장 바로 왼편에 앉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이는 리 부위원장이 박봉주 부위원장과 김덕훈 내각총리를 제치고 서열 3위 자리에 올라섰음을 보여줍니다.
그의 승승장구는 전략무기 개발 공로 뿐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이 현재 가장 관심을 끄는 태풍피해 복구에 군을 총동원한 공로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초 리병철이 태풍 피해지역인 황해남도 장연군에 급파돼 복구 사업을 지도한 사진을 김정은 위원장 동정보다 앞에 배치하는 등 태풍피해 복구의 중요성을 부각했습니다.
이번에 리병철과 함께 원수 칭호를 받은 박정천 군 총참모장 역시 태풍 피해 복구에서 군의 역할을 평가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현직에 있는 군 수뇌부 중 원수 칭호를 가진 인물은 리병철과 박정천 뿐입니다.
남한의 합장의장에 해당하는 박정천 역시 올해 들어 초고속 승진을 이어가는 중입니다.
그는 지난해 9월 총참모장에 임명된 이후 지난 5월 군 총정치국장인 김수길을 제치고 차수로 승진했고 5개월만인 이번에 다시 원수로 승진을 거듭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리병철에 원수 칭호를 수여한 것은 핵과 군에 대한 공적을 인정하고, 군부에 대한 당적 지도를 잘한 차원에서 부여된 것으로 보인다"며 "박정천은 군의 민간 살림집 건설 등 태풍 피해 복구에 대한 성과를 인정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에서 '군 원수'는 일반 군인에게 부여되는 군사 칭호로 최고의 영예로, 원수-차수-대장-상장-중장-소장의 6단계로 구분되는 장성급 계급 체계에서 정점에 해당합니다.
그동안 군 원수 칭호를 받은 인물은 김일성 주석의 빨치산 동료였던 오진우·최광·리을설(모두 사망)과 빨치산 2세 출신의 군부 실세였던 김영춘(사망)·현철해로, 리병철과 박정천까지 군 원수는 총 7명입니다.
다만 군 원수 칭호는 군부에만 부여되는 칭호로 북한이라는 국가를 대표하는 최고통치자에게 부여되는 '공화국 원수' 칭호와는
김정은 위원장은 후계자 시절인 2010년 대장 계급장을 단 후 공식 집권한 2012년 공화국 원수에 직행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92년 '공화국 원수'에서 사후인 2012년 '대원수'로 추대됐고 김일성 주석은 6·25전쟁 직후인 1953년 원수 칭호를 부여받은 데 이어 1992년 '대원수'에 올랐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