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정부·여당이 입법을 추진하는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과 함께 노동시장을 개혁하는 노동관계법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개정하자고 제안했다. 경영계는 물론 당내에서도 김 위원장의 기업규제 3법 찬성 입장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경영계의 오랜 숙원 중 하나인 노동관계법 개혁 카드를 꺼내든 것이어서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새 당사에서 열린 첫 비대위 회의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사회 전 분야가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지 않으면 안 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발표를 보면 우리나라 고용률은 141개국 중 102번째, 노사관계는 130번째, 임금 유연성은 84번째로 모두 후진국 수준"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지표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보고서'로, 작년 한국의 고용·해고 관행은 141개국 중 102위를 차지했다. 노사협력 점수는 141개국 중 130위, 노동시장 유연성을 나타내는 세부 항목 중 임금결정 유연성은 84위에 그쳤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회 여러 현상이 변화해야 하는데, 한 가지 성역처럼 돼 있는 게 우리나라 노동관계법"이라며 "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는 4차 산업혁명 전환 과정에서 엄청난 마찰이 예상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노동관계법을 같이 논의하지 않으면 공정경제 3법을 안 하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공정경제 3법은 그거대로 하는 거고, 노동법은 따로 개정을 시도하자는 것"이라며 두 사안을 연계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편, 민주당도 기업규제3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기업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일 오전 김진표 의원·양향자 최고위원·오영훈 비서실장·신영대 대변인 등과 함께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손경식 회장을 만나 상법·공정거래법 등 기업규제3법에 대한 기업의 입장을 경청한다.
이 자리에는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공영운 현대차 사장·장동현 SK(주) 사장·황현식 LG 유플러스 사장·오성엽 롯데지주 사장·김창범 한화솔루션 부회장 등 6대그룹 사장단이 이례적으로 자리를 같이해 경영계의 우려를 상세히 전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기업들이 생사의 위기에 처해있는데 정치권에서는 기업인들이 엄살을 부리고 있다는 시각이 많은 것 같다"며 "여당 지도부를 만나는 이런 자리에서 기업인들이 한목소리로 우려를 전달하고자 한 것으로 파악한다"고 밝혔다.
[한예경 기자 / 고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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