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공무원 피살사건과 관련한 수색 과정에서 북측 영해에 침범하지 말라고 경고한 북한에 청와대가 '남북 공동조사'를 공식 요청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 정치부 조창훈 기자와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질문 1 】
"시신 습득 시엔 관례대로 남측에 주겠지만 우리영해는 침범하지 말라"는 게 북한의 공식 입장이잖아요.
그럼에도 우리 정부가 공동조사를 요청했는데, 북한이 이 제안을 과연 받아들일까요?
【 답변 1 】
어제(27일) 오전 북한이 내놓은 입장문 먼저 다시 보시겠습니다.
'경고'라는 제목으로 시작해 가장 첫 문장에 "지난 25일 남측에 벌어진 사건의 전말을 조사통보하였다"고 쓰여 있습니다.
그러니까 청와대의 그제(26일) 추가 조사 요구에 '이미 사건 조사는 끝났고 결과까지 우리 정부에 통보를 마쳤다'는 입장을 내놓은 겁니다.
'추가 조사'는 우리 정부가 NLL 이북 북한 해역에 들어가는 '남북 공동 조사'보다 북한으로선 부담이 적을 수밖에 없는데요.
이마저 북한이 사실상 거부한 상황에서 '공동조사' 제안을 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선 김정은 위원장의 사과 이틀 뒤, 북한이 '이쯤에서 마무리하자'는 메시지를 보낸 직후 공동 조사를 제안한 건 타이밍이 너무 늦은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 질문 2 】
국민의힘에 이어 정의당도 국회 차원의 대북규탄결의안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추석을 앞둔 민주당의 고심이 깊어질 것 같아요.
【 답변 2 】
그렇습니다, 애초 국회 차원의 대북 규탄결의안은 지난 금요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날 김정은 위원장의 사과 메시지를 담은 북한 통일전선부 명의의 통지문이 발표됐죠.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먼저 제안해놓고 슬그머니 발을 빼고 있다며 추미애 장관 아들 의혹에 이어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어제(27일) 정의당까지 가세해 민주당에 국회 차원 결의안을 촉구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진 모양새인데요.
민주당은 공식적으로 결의안 채택에 반대하지 않지만 일단 남북 공동조사 등 진상 파악이 우선이란 입장입니다.
어제 군이 해경에 숨진 공무원 A씨의 월북 정황이 담긴 자료 제공 검토에 나서는 등 사실 관계 파악이 한창인 만큼, 야당의 현안질의 요구는 "아직 이르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대신 국민의힘의 청와대 앞 1인 시위는 일부 보수단체의 개천절 집회로 이어질 수 있는 불법 장외 집회라며 포문을 돌렸습니다.
【 질문 3 】
이번 피살사건에서 남북 정상이 6개월 만에 친서를 주고받고 있었다는 게 공개돼 눈길을 끌었는데요.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의 극비 방미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전격 방미가 이어지면서 뭔가 물밑에서 남북미 외교가 진행되고 있는 느낌인데, 이 부분에 대한 얘기도 좀 해보죠.
【 답변 3 】
국제사회의 비난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 사과는 외신이 평가대로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정상이 주고 받은 친서 내용을 일반에 공개한 것도 상대국의 동의가 없었다면 어려운 일인만큼 현재 남북 소통 상황이 지난 6월 개성공단 공단 내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때와는 달라진 것 같습니다.
어제 청와대가 공동조사를 요청하면서 가장 먼저 "북측의 신속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히기도 했죠.
11월 3일 미국 대선 직전에 '깜짝 평화 이벤트'가 극적으로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데요.
문 대통령의 유엔 연설 이후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잇따르는 방미 일정이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추석 연휴 직후에 북미 고위급협상을 책임져 온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우리나라에 오는데, 미국의 대중 압박에 한국도 동참하라는 얘기를 할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 문제에 대한 논의도 진행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다만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종전선언 카드 등을 미국이 수용하기 어려운 만큼 남북관계나 북미관계에 돌파구가 생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앵커멘트 】
폼페이오 장관에 이어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방한을 추진한다고 하는데,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상황이 10월에 적지 않은 변화를 보일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조창훈 기자였습니다. [ chang@mbn.co.kr ]
영상편집 : 한남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