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군 당국이 공무원 실종자 A씨가 북한군에 피격당한 경위를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궁금한 것이 많습니다.
정치부 한성원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 1 】
공무원 A씨가 실종되고 피격을 당한 과정을 다시 정리를 해봐야겠습니다.
【 답변 】
네 40대 공무원 A씨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된 것은 지난 21일 오후 12시 51분입니다.
한 시간 뒤 해군과 해경이 선박과 항공기 20여 대를 동원해 수색에 나섰고 다음 날인 22일 오후 3시 30분 군은 북한 등산곶 일대 해상에서 A씨의 최초 정황을 포착합니다.
이때부터 북한은 실종자의 표류 경위를 확인하면서 월북 진술을 들은 것으로 보이는데요.
6시간여 뒤인 9시 40분 A씨를 결국 사살했고 10시10분경 시신이 불태워졌다는 정황이 포착됩니다.
군 당국은 실시간으로 상황을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 보고했고 A씨의 피격 상황이 첩보 수준으로 보고된 것이 10시 30분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 날인 23일 새벽 1시 26분부터 유엔 연설을 시작했습니다.
【 질문 2 】
이 공무원이 왜 북으로 간 것이냐, 군은 자진 월북 가능성을 크게 봤어요. 군이 그렇게 판단한 근거가 있을 텐데 뭔가요?
【 답변 】
앞서 리포트에서 보신 것처럼 군은 A씨의 자진 월북 가능성이 크다는 근거들을 제시했습니다.
그중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을 식별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무엇을 통해 이 정황을 식별했는지는 군이 확인해주지 않습니다. 보안상 설명이 제한된 부분이기 때문인데요.
과거 사례를 한번 보겠습니다.
지난 2019년 11월 정부가 북한에서 16명을 살해하고 내려온 북한 주민 2명을 북송한 적이 있습니다.
북한 주민이 범행을 저지르고 남측으로 도망온 사실을 우리 정부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는 건데요.
우리 군이 가진 여러 감시 장비를 통해 포착된, SI라고 불리는 특수정보로 파악했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 질문 3 】
A씨가 자진 월북 의사를 밝혔음에도 북한은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우기까지 했습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 답변 】
A씨가 북측에서 발견된 정황이 포착되고 실제 총격이 이뤄지기까지 6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이 사이에 군 당국은 북한의 해군 지휘계통의 지시가 있었다고 추정했는데요. 상부 지시가 내려지고 북한군 단속정이 내려와 실종자에게 사격을 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우발적 상황에서 총격을 가한 것이 아니라 고의적이었다는 의미입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도 이 부분을 명확히 지적했는데요.
그러면서 군 당국은 북한이 국경지대의 코로나 방역조치와 관련해 무단으로 접근하는 인원에 대해 무조건적인 사격을 가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습니다.
【 질문 4 】
북한에서 코로나19가 그렇게 심각합니까? 월북하겠다는 민간인을 사살할 정도로?
【 답변 】
일부 탈북민들은 북한이 접경지역에서 북한 주민을 제외하고 접근하는 모든 사람을 사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북한의 코로나 상황이 어떤지 탈북민 단체 관계자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서재평 / 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국장
- "김정은이 코로나에 대해서 예민해 있는 건 사실이고 아직 비상 방역이라 하고. 지금 수해가 난 곳을 보면 코로나 방역으로 통합된 다음에야 거기 사람들을 투입한대요."
시신을 해상에서 불태웠다는 점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됩니다.
A씨에게 접근한 북한군이 방독면과 방호복을 착용하고 일정 거리를 유지한 상태로 시신을 불태웠다는 것이 군의 설명인데요.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6시간의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는 점은 코로나19 방역이라는 목적 외에 남측에 보내는 메시지가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 질문 4-2 】
어떤 의도가 있었을까요?
【 답변 】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이후 경색된 남북 관계를 풀어보고자 우리 정부는 코로나 방역 등 여러가지 제안을 했었죠.
이런 제안들에 대해 대화에 응할 생각이 없다는 간접적인 답변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질문 5 】
월북 의사를 떠나서 우리 군이 A씨의 피격을 막을 수 없었느냐, 조치를 취할 수 없었느냐 의구심이 들거든요?
【 답변 】
군 당국의 답변은 '북한이 이런 만행을 저지를 줄 몰랐다'였습니다.
A씨의 위치만 몰랐지 A씨가 북측으로 넘어가 북측 인원과 접촉했다는 점은 특정하고 있었는데 정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군 당국이 유일하게 취한 조치는 A씨가 사망한 다음 날인 어제(23일) 오후 대북전통문을 발송한 것뿐입니다.
군이 국제상선통신망 등을 동원해 북측에 즉각적인 연락을 취했다면 적어도 이런 '참변'은 막을 수 있었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마지막으로 군이 든 이유는 우리측 첩보 자산이 드러날 우려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군에서 첩보 자산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그것이 우리 국민 생명에 우선하는 것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 질문 6 】
마지막으로 피격 사건이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 연설 시점과 맞물리면서 논란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요?
【 답변 】
앞서 군은 A씨가 사살된 후 불태워졌다는 내용을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청와대는 이 내용이 '첩보'였다고 표현했습니다.
신빙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건데요.
이 상황에서 유엔 연설을 수정하거나 취소하는 판단을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신 대통령 연설이 진행되던 시간에 외교안보 분야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또 연설문은 지난 15일에 녹화됐고 18일 유엔으로 발송해 이번 사건과 유엔 연설을 연계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 앵커멘트 】
네 아직 북한이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반응할지도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