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4일 경기도청 집무실. 청색 넥타이를 맨 이재명 지사는 옷매무새를 다듬고 있었다. 표정이 밝았다. 격론을 벌였던 2차 재난 지원금 방식에서 그가 주장한 전 국민 대상 지원 안이 사실상 ‘기각’된 직후인지라 의외였다.
“국민,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정부와 여당의 결정에 당연히 따라야지요.”
↑ 9월 4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와의 대담 장면 / 사진 =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 |
속마음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마는 담담해 보였다.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시사스페셜)’ 녹화를 앞두고 오히려 자신감 있는 주문이 이어졌다.
“한 번에 그냥 쭉 가시지요?”
들쑥날쑥 편집을 할 경우, 강조한 취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할 것을 염두에 둔 제안이었다. 여유가 돋보였다. 2017년 대선 당시 아내 김혜경씨와 인터뷰 했던 때와 비교하면 더욱 그랬다.
↑ 2017년 1월 28일 설날. ‘사이다’ 발언으로 뉴스 초점이었던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부인 김혜경씨와 첫 TV 동반 출연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 사진 = MBN '정운갑의 대선 집중분석') |
실제 녹화는 생방송처럼 진행됐다. 코로나 19 대책, 부동산, 복지 문제에서부터 이낙연 대표에 대한 평가, 정치적 포부 등에 대해 막힘이 없었다. 기자 특유의 갈등을 유도하는 질문에도 능수능란 했다.
대선 후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관련한 질문.
“이 대표와 가장 큰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그의 대답은 허를 찔렀다.
“그 분은 키가 크시더라고요.”
스텝들이 웃음을 참느라 애를 먹었다. 느긋함과 함께 괜스레 각을 세우려는 질문을 유도하지 말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집무실에 들어섰을 때 기자의 눈에 가장 띈 것은 동양 난 화분이었다. 집무실 오른 편, 회의 탁자 위쪽 잘 보이는 창가에 자리 잡고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축하 난이었다. 제 7회 전국 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 날이 2018년 6월 13일, 2년 넘게 고이 곁에 두고 있는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보낸 도지사 당선 축하 난이 이재명 지사 집무실에 놓여 있다. |
그동안 겪었던 이른바 일부 ‘친문’과의 갈등. 마음고생이 화분 속에 녹아 있는 듯 했다. 2년 이상 보살피고 있는 축하 화분을 보니 앞으로의 정치 일정에서 ‘무언가 기대가 담겨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앞선 생각이 들었다.
지난 대선 때의 일들에 대한 반성과 노력 덕분인가? 한 언론이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이뤄진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리얼미터)를 분석한 결과 문 대통령 적극 지지층의 이 지사 선호율이 1월 7%에서 7월 이후 30%대로 크게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한국경제신문. 9월3일자). 최근 그의 지지율 상승세 추세와 비슷하다.
기자는 3년여 전 흥미로운 장면을 목격한 바 있다. 2016년 7월 9일 경남 진주, 김경수 경남지사(당시 국회의원) 부친 상가에서다.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보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먼저 도착했다. 순간 상갓집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조문객들이 환호했다. 말 그대로 격한 환대였다. 친노 친문 진영의 인사들이 많았던 자리에서다. ‘이 시장에 대한 진보 진영의 지지세가 만만치 않겠구나' 하고 느꼈다. 이 시장은 그 후 2017년 대선 후보 경쟁에 뛰어들었고, 경선 과정에서 ‘사이다’란 환호와 함께 이런 저런 상처를 입게 된다. 그 때의 지지 함성이 훗날 “내가 좀 싸가지가 없었던 것 같다.”는 이른바 ‘참회록’을 쓰는 계기가 됐는지도 모른다.
↑ 2016년 7월 9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김경수 의원의 부친 빈소를 찾아 이재명 성남시장과 대화하고 있다. 세 사람 맞은 편 안경 쓴 이가 필자. / 사진 = 동아일보 2016년 7월 11일자 |
그를 지지하지 않는 이들도 ‘행정가 이재명’에 대한 평가는 후하다. 높게 평가하는 이들 중에는 ‘이재명 현상’ ‘쾌도난마’ ‘전광석화’ 얘기도 한다.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
“전 급작스럽게 일을 추진하거나 말을 하지 않습니다. 어떤 정책을 추진 할 때 철저히 분석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한 뒤에 실행합니다.”
특히 강조한 대목이 있다.
“함께 일하는 공무원을 믿고, 권한을 줍니다.”
‘다른 데 관심 있는 외부인’보다 맡긴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공무원이 훨씬 더 일을 효율적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아닌 게 아니라, 지근거리에 있는 비서실장도 정치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 외부 인사가 아닌 경기도청에서 오래 근
[정운갑 앵커]
2001년부터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을 13년 여간 진행한 정 앵커가 2020년 9월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기자 초년병 때부터 인물 탐구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대담 뒤의 속살을 ’앵글뒤편‘에 담고자 한다. MBN 정치부장, 산업증권부장, 시사기획부장, 수석논설위원 등을 역임했고 현재는 논설실장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