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 피해가 커지면서 '4대강 홍수조절 능력'과 '태양광 산사태'가 도마에 올랐다.
원망의 표적이 되지않기 위해 정치권은 필사적이다. "네 탓이다" "이 정도 폭우에 그 정도면..." 등등 책임을 모면하려는 입씨름이 민망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4대강 보가 홍수 조절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실증·분석할 기회"라고 했다. "댐의 관리와 4대강 보의 영향에 대해 전문가와 함께 깊이 있는 조사와 평가를 당부한다"고 했다.
'4대강 보의 홍수조절 능력'을 객관적으로 실증·분석한다면 향후 기후변화와 홍수·가뭄대비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의문부터 든다. 어느 과학자에게 맡길 것인가. 또 이번에도 실증·분석 결론이 정권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연구단장을 적폐로 몰고 쫓아내려할 것인가.
과학이 이념이나 상상력에 의해 굴절되는 사례는 숱하게 봐온 일이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지구가 움직인다"는 이론을 밝혔다가 1633년 종교재판을 받아야 했다. "지동설은 잘못된 이론"이라고 맹세하고 서명한 뒤에야 풀려나왔다. 그러면서 그는 "그래도 지구는 움직인다"고 나즈막히 읊조려야 했다. 그에앞서 1600년 조르다노 브루노는 지동설을 주장하다가 아예 종교재판을 받고 화형을 당하기도 했다.
그 종교재판은 400년전의 일이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시대다. 경제든 국방이든 사실상 과학기술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그런데도 아직 한국에선 정치논리와 진영논리가 수시로 과학을 굴복시킨다. 부끄러운 일이다. 현정부 들어 임기도중에 쫓겨난 연구기관장이 10명 이상이다. '적폐청산'을 외치며 우르르 몰려다니는 이들이 과학분야까지 오염시키고 있다.
원자력발전은 대표적 타깃이다. 정권이 바뀌자 그냥 적폐가 됐다. 월성원전 1호기를 조기 폐쇄하는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의 태도 변화는 삼척동자 눈에도 이상하게 보인다. 그 이상한 대목을 감사원이 따지고들자 이번에는 최재형 감사원장을 융단폭격하고 있다. 이미 결론은 정해져 있는데 왜 귀찮게 하느냐는 식이다. 400년전 종교재판이나 다름없는 분위기다.
이런 마당에 '4대강 보의 홍수조절 능력'을 실증·분석하자는 말이 나왔다. 대통령이 한마디 했으니 그냥 지나가지는 않을 것이다. 적어도 분석하는 시늉은 하려들 것이다. 그러면 뭐 하는가. 4대강 사업에 대해선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감사원이 무려 4차례나 감사를 진행했지만 그 때마다 대통령 입맛에 맞는 감사결과를 내놓았을 뿐이다. 국민은 양치기 소년에게 항상 속아주는 그런 바보들이 아니다. 이제 "콩으
그에앞서 월성 1호기에 대해 수긍할 만한 감사결과를 내놓는게 순서다. '과학에 대한 신뢰'와 '감사에 대한 신뢰'부터 살리는게 순서다. 그런 다음에야 '4대강 보의 홍수조절 능력'을 실증분석하든 말든 할 일이다.
[최경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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