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제가 버려야 합니까? 그렇게 하면 대통령 자격이 있고, 아내를 그대로 사랑하면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것입니까?"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명 어록이다. 2002년 4월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이인제 후보와 일부 언론들은 노 전 대통령 장인의 좌익활동 경력을 문제 삼고 그를 집중 공격했다. 이에 그는 같은해 4월 17일 포항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 연설에서 앞선 발언과 함께 "모략을 당하고 있는 제게 힘을 달라"고 호소했다. 노 전 대통령을 겨눴던 '연좌 프레임'을 그는 정면 돌파했고, 이후 관련 논란은 급격히 사그라들었다.
18년이 흐른 2020년 '친노무현·친문재인계'가 주류가 된 더불어민주당에서 또다시 '연좌 프레임'으로 특정인을 공격하는 모습이 재현되고 있다. 8·29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김부겸 전 의원이 그 대상이다.
김 전 의원은 지난달 9일 당대표 출마선언을 한 이후부터 민주당 친문 성향의 강성지지층으로부터 '연좌제' 공격을 받고 있다. 그의 처남인 이영훈 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때문이다. 이 전 교수는 1970년대 서울대학교 운동권이었고, 경제사학자로서 마르크스주의를 연구했지만 뉴라이트로 전환했다. 지난해엔 '반일종족주의' 책을 출판에 논란이 됐다.
친여 성향의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김 전 의원을 겨냥해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취지로 그가 당대표가 돼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줄곧 제기된다. 함께 출마한 이낙연 민주당 의원과 박주민 의원이 '친문' 성향의 지지층에게 우호적인 대접을 받는 것과 다른 흐름이다. 김 전 의원이 여권에서 정치를 하면서 계속 '아킬레스건'으로 거론되는 한나라당 소속 16대 국회의원 이력까지 더해져서 그에 대한 부정적 여론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
이같은 흐름에 당내에선 우려하는 의견이 많다. 86그룹 한 의원은 "민주화운동하면서 연좌제 폐해를 직접 겪은 이들이 다수 소속된 정당 지지자들이 연좌제로 특정 후보를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운동권 출신 의원은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때 김 의원은 합류했고, 이낙연 의원은 새천년민주당에 그대로 남았던 이력이 있는데 한 사람만 정체성이 모호하다고 비난하는 것이 정당한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김 전 의원의 부인 이유미씨는 4일 직접 글과 신혼여행 사진을 함께 올렸다. 이 씨는 "큰오빠인 이 전 교수로 인해 김 전 의원에 대해 안 좋은 말이 떠돈다는 얘기를 들어 안타까운 마음에 하소연을 드릴까한다"면서 글을 시작했다. 이어 "큰오빠(이 전 교수)가 대학 때 학생운동으로 제적이 되고 도망 다니던 시절, 형사들이 우리 집을 들락거리기 시작했고 셋째 오빠는 학생운동으로 투옥되어 재판을 받고 3년여간 옥살이를, 남동생은 대학 졸업 후 미문화원 폭파 사건으로 경찰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2년여 옥살이했다"면서 "또 남편으로 인해 1980년, 1986년, 1992년 세차례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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