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함구령까지 내리며 당내 행정수도 찬성 의견을 억누르는 통합당 지도부의 모습은 실망스럽다"고 압박했다. 통합당 지도부가 명확한 입장을 내달라는 것이다.
충청권에 지역구를 둔 통합당 의원들은 고심이다. 행정수도 세종시 이전 찬성 여론은 충청에서 도드라지게 높다. 22일 리얼미터가 '청와대·국회 등 세종시 이전 찬반'을 묻는 여론조사 결과 충청권에서는 66.1%가 찬성했다. 행정수도 이전론이 나온 이후 세종 지역 아파트 호가는 1억~3억 원 뛰었다.
"꼼수 놀아나는 것"
민주당은 지난 27일 행정수도 완성 추진 TF의 첫 회의를 열었다. 연말 정기국회까지 △여야 합의 입법 △국민투표 △개헌 등 세 가지 중 방법을 결정하기로 했다. 전국을 순회하며 토론회를 열어 여론전에도 나설 계획이다. 민주당의 이슈 선점에 통합당 지도부는 아직까지 대응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통합당 충청권 의원은 모두 8명이다. △정진석(5선·충남 공주부여청양) △홍문표(4선·충남 홍성예산) △이명수(4선·아산갑) △김태흠(3선·충남 보령서천) △이종배(3선·충북 충주) △박덕흠(3선·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 △엄태영(초선·제천·단양) 등이다.
이들 가운데 다수는 반대 의견이다. 김태흠 의원은 "수도 이전은 백년대계로 논의해야 한다"며 "당이 지금 단계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민주당의 꼼수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지도부 함구령에 동조했다.
엄태영 의원은 "부동산 정책 실패로 궁색해지니 국면 전환용으로 불쑥 꺼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명수 의원은 지난 대정부 질문에서 "여야 합의와 국민 공감대를 거쳐도 될까 말까 한데 충분한 준비와 검토도 없이 불쑥 제기한다"고 밝혔다. 홍문표 의원은 성명을 내고 "여권의 독선, 독주에 대한 국민의 무서운 회초리를 잠시 피해가기 위한 '국면전환용 쇼'"라고 비판했다.
"외면은 상책 아냐"
다만 외면하는게 상책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왔다. 정진석 미래통합당 의원은 논의를 시작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정 의원은 지난 27일 페이스북에 "여당의 국면전환용 꼼수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어차피 마주하게 될 수도이전 논의를 당장 애써 외면하는 것은 상책이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추세가 지속되면 '지방소멸'을 피할 수 없다"며 "보다 진지한 접근과 논의가 요구되는 이유다"고 덧붙였다.
한 충청권 의원실 관계자는 "정진석 의원은 수도이전 이슈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지역구인 만큼 입장을 밝혔지만, 나머지는 관망하자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까지는 수도이전에 부정적인 기류"고 귀띔했다.
"수도이전 아닌 세종시 자체를 발전시켜야"
정치권에서 충청은 대선 ‘캐스팅보터'로 통한다. 충청 민심을 잡은 주자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는 과거 경험 때문이다. 이 때문에 통합당 내에서는 무조건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면 충청권 민심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우려가 감지된다.
통합당 지도부도 충청 민심을 의식해 논의 참여 가능성을 완전히 닫진 않았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행정수도 이전이 아닌 세종시 자체를 좀 더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이라면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논의할 생각이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통합당 대전시당도 "행정수도 이전은 국토균
한 통합당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 실패라는 악재를 수도 이전이라는 더 큰 악재로 덮으려는 여당의 전략에 말리지 말고, 국민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차분히 민심을 수렴할 때"라고 지적했다.
[김도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