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분담을 놓고 독일과 대립해오던 미국이 결국 주독미군 감축을 공식화해 주한미군도 같은 절차를 밟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의 방위비 지출을 문제 삼는 한편, 한국에도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요구하고 있어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동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29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독일에 주둔하는 미군 중 약 6400명을 본국에 귀환시키고, 약 5600명을 유럽의 다른 국가로 이동시켜 독일에 2만4000명을 남기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에스퍼 장관은 "분명히 하자.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부자인 나라라고 본다. 독일은 국방에 더 쓸 수 있고, 더 써야 한다. (NATO 회원국들이 합의한 국내총생산 대비 방위비 지출액인) 2% 기준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 국방부의 발표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독미군의 감축을 지시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가 지난 6월 초 나온 후 두 달도 안 돼 나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이) 돈을 안 내기 때문에 병력을 줄이는 것이다. 아주 간단하다"며 "돈을 내기 시작하면 (병력 감축을) 재고할 수 있다.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대선을 3개월 남짓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성과가 필요해 독일을 표적으로 삼아 주독미군을 압박 카드로 사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미 당국자들은 실제로 주독미군의 감축이 이행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서도 같은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13억달러(약 1조5000억원)로 분담금을 증액하라는 미국과 전년 대비 50%의 급격한 인상이라 13% 인상까지 가능하다는 한국의 입장 차 속에 계속 표류 중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감축 필요성이나 이행의지와는 별개로, 주한미군 감축을 협상 지렛대로 삼아 오는 11월 대선용 성과 확보를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 국방부의 공식 설명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 초점을 맞춰 전 세계 미군 병력 최적화 검토 작업을
코로나19와 인종차별 논란 등으로 지지율이 부진한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독일에 이어 한국을 타깃으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상현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