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집행부가 어제(23일) 대의원대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의 추인을 얻는 데 실패했습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온라인으로 개최한 71차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코로나 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이 부결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한 찬반투표에서 재적 대의원 1천479명 가운데 1천311명이 투표해 과반수인 805명이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찬성표와 무효표는 각각 499명, 7명이었습니다.
노사정 합의안은 정세균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지난 5월 출범한 노사정 대표자회의에서 40여 일 간의 논의를 거쳐 마련한 것으로, 코로나 19 사태에 대응한 고용 유지, 기업 살리기, 사회 안전망 확충 등을 위한 협력 방안을 담고 있습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코로나 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화를 가장 먼저 제안하고 노사정 대표자회의에도 참여했습니다.
노사정 대표자회의는 지난 1일 협약식을 열어 노사정 합의안에 서명하려고 했으나 김 위원장은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일부 지역본부 대표 등의 반대에 막혀 협약식에 불참했습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직권으로 임시 대의원대회를 소집해 대의원들의 뜻을 묻기로 했습니다.
이날 대의원대회에서 노사정 합의안이 부결된 것은 사실상 김 위원장에 대한 불신임의 성격을 갖습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지난 10일 노사정 합의안이 대의원대회에서 부결될 경우 김경자 수석부위원장, 백석근 사무총장과 함께 즉각 사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가 사퇴하면 민주노총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차기 지도부 선거 국면도 곧 시작될 전망입니다.
2017년 사회적 대화 참여를 공약으로 내걸고 직선으로 당선된 김 위원장은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에 실패한 데 이어 노사정 합의안 추인도 못 얻고 물러나게 됐습니다.
김 위원장은 오늘(24일) 오후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거취를 포함한 입장을 밝힐 예정입니다.
민주노총이 끝내 노사정 합의안을 거부한 것은 사회적 대화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노사정위원회 합의에 참여했다가 내부 반발로 지도부가 사퇴하는 등 내홍을 겪은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노사정 합의안에 대해서도 반대파는 '해고 금지' 등 노동계 요구가 빠졌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이들은 김 위원장을 '자본가 하수인'으로 매도하기도 했습니다.
노사정 합의안에 등을 돌린 민주노총
노동계 안팎에서는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의 중심에 들어가는 것은 적어도 현 정부 임기 중에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극심한 양극화를 포함해 각종 사회 문제를 노사정 대화를 통한 사회적 대타협으로 해결해나간다는 현 정부의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