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내달 한미훈련 연기했으면 좋겠다…남북교류는 바로 추진"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북한과의 인도적 교류·협력은 바로 추진하면 좋겠다"며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 본부 앞에서 약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후보자는 이 자리에서 구상 중인 대북 정책에 관해 이야기하고 가족 관련 의혹에 대해 답변했다. [이충우 기자]

21일 이 후보자는 청문회 준비단이 마련돼있는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통일부에 아주 대담한 변화를 추진하겠다"며 "남북 관계 발전에 있어서 공식적이고 공개적이고 대중적인 영역에서 통일부가 중심이란 확고한 위상과 역할을 정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일 정책 추진에 있어서도 국민이 공감할 변화, 미국이 신뢰할 변화, 북한과 대화할 수 있는 변화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 본부 앞에서 약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후보자는 이 자리에서 구상 중인 대북 정책에 관해 이야기하고 가족 관련 의혹에 대해 답변했다. [이충우 기자]

이 후보자는 장관으로 취임하면 인도적 교류·협력을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선 대화를 복원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이후 인도적 교류·협력 등은 바로 추진하면 좋겠고, 그 신뢰에 기반해서 그간 있던 남북 간의 합의와 약속들을 이행해나가는 순서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작은 교역을 추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면 금강산과 백두산의 물, 대동강의 술, 그리고 우리의 쌀과 약품 등을 물건 대 물건, 현물 대 현물로 교역하는 것"이라며 " 상황 조건 개선되면 작은 교역이 더 큰 교역의 영역으로 발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관에 취임하면 구체적인 구상, 검토하고 상상했던 지역에 대해서도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남북협력 사업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한미워킹그룹에 대해선 기존의 '독자적 협력 추진'을 재확인했다. 이 후보자는 "워킹그룹을 통해서 해법을 찾아가는 것과 우리 스스로가 독자적으로 판단해 할 수 있는 일은 구분해서 해야 한다는 게 나의 일관된 생각"이라며 "예컨대 먹는 것, 아픈 것, 죽기 전에 보고 싶은 것 등 인도적 교류 관련 영역은 한미워킹그룹에서 이야기하지 않고 우리 스스로가 독자적으로 판단해 정책을 추진해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 본부 앞에서 약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후보자는 이 자리에서 구상 중인 대북 정책에 관해 이야기하고 가족 관련 의혹에 대해 답변했다. [이충우 기자]

이 후보자는 "통일부 의견을 들어보면 한미워킹그룹에선 주로 제재 관련 사안들을 논의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판단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실제로 제재 관련 한미워킹그룹을 통해 효율적, 효과적으로 해제 절차를 밟은 사례도 있다"며 "워킹그룹에서 하는 일은 여전히 하고, 우리 스스로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건 독자적으로 추진해나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연초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 차원에서 제안한 북한 개별관광에 대해선 금강산 관광 재개와 연결시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개별관광의 가능성에 대해선 이미 전임 장관도 언급한 바 있다"며 "이런 측면에서 금강산 관광의 문제를 개별관광의 문제로 접근시켜보고 풀어나가는 정책을 추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이상가족 상봉 문제 또한 신속하게 풀어나갈 의지를 밝혔다. 그는 "이산가족 같은 경우 특히 고령자의 경우는 개별 상호 방문을 추진해 볼 수 있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가져왔다"며 "그것이 금강산에서 먼저 이뤄지면 좋겠고, 안 되면 판문점에서 아주 소규모라도 여는 것을 제안하고 추진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상적으로도 화상을 통해 서로 안부를 묻고 소식 전할 수 있는 과정들을 상시화 할 필요가 있겠다"며 "이런 점들은 북한에서도 나름대로 검토를 했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남북 관계의 제약 조건이 되고 있는 걸림돌을 제거하고 나면 굉장히 신속히 집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남북협력에 있어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낼 방안에 대해선 "장관에 취임하게 되면 보다 공식적으로 북과 대화에 나설 수 있는 그리고 북이 대화로 나올 수 있는 구상을 갖고 제안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내달 예정돼있는 한미군사연합훈련에 대해선 "개인적으로는 연기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방부의 요구와 코로나19 확산 상황 등을 모두 감안해 전략적으로 유연한 판단을 내리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인사 청문회를 앞두고 쏟아지는 가족 관련 의혹들에 적극적인 해명 대신 "담담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이 후보자는 "우선 아들이 병역과 유학 문제와 관련해 큰 의혹은 어느 정도 규명했고, 불식됐다고 판단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와 아내, 아들과 관련한 의혹들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데 아주 담담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관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 문제는 장관 개인만의 문제를 넘어 그 가족의 문제와 연결된다"며 "그런 청문회 검증 과정들이 관행적으로 반복됐기 때문에 나 역시 예외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때로는 근거 없는 이야기들 혹은 과도한 이야기들이 보도되면 저나 아내나 아들이 매우 힘들고 어려울 것이라는 측면에서도 함께 생각해 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번 청문회 과정에서 몇가지 의혹들이 있고 법적 시비가 있는 점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며 "좀 더 살펴보고 있고 필요한 사과, 치유 절차들이 있다면 성실히 밟아가고자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남은 문제들은 청문회에서 소상히 밝히고, 내 입장도 말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단 후보자 아내가 상임이사로 있는 비영리법인의 서울시 지원금 의혹을 묻는 기자의 질문엔 "이 이야기를 한마디만 하겠다"며 관련 의혹을 부정했다. 그는 "내 아내는 아주 훌륭한 NGO 활동가"라며 "(아내가 비영리법인서 활동한 기간의 일부인) 2008년에서 2012년 사이는 내가 국회의원이 아니었고, 이명박 정부 시절이자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이었다"고 했다. 이어 "당시 아내는 환경부나 서울시 관련 활동도 했었다"며 "이를 생각해 보면 많은 분들이 굉장히 균형감 있게 내 아내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규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