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별세한 '6·25 전쟁영웅'이자 창군 원로 백선엽 예비역 대장의 장례가 5일간 육군장으로 거행된다. 향년 100세.
육군은 11일 부고를 내고 오는 15일 오전 7시 30분 서울아산병원에서 서욱 육군참모총장 주관으로 육군장 영결식을 연다고 밝혔다. 장지는 국립대전현충원 장군 2묘역으로 확정됐으며, 같은 날 11시 30분 대전현충원에서 안장식을 거행한다. 서 총장이 장의위원장, 김승겸 육군참모차장이 부위원장을 맡았고, 장의위원은 육군 일반참모부장들로 구성됐다.
1920년 평안남도 강서군에서 태어난 백 장군은 일제강점기 만주군 소위로 임관했으며, 6·25 전쟁 당시 1사단장, 1군단장, 육군참모총장, 휴전회담 한국 대표, 주중한국대사와 교통부 장관을 역임했다. 6·25 전쟁 당시 낙동강 전투와 38선 돌파 작전 등 결정적 전투를 지휘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1953년 한국군 최초로 대장에 진급했다.
경북 칠곡 낙동강 전선 다부동 전투 당시 사단장이었던 백 장군은 패퇴에 몰린 아군에게 "내가 앞장설 테니, 내가 후퇴하면 나를 쏘라"고 말한 뒤 인민군이 점령한 고지로 뛰어올라가 불리했던 전세를 뒤집은 일화는 유명하다.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가 역전돼 국군과 유엔군이 북진할 때는 "나라의 자존심이 걸렸다"며 행군을 강행해 미군보다 먼저 평양에 입성해 태극기를 꽂았다. 1948년 정부 수립 직후 군 내부 남로당 숙청 분위기 속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구명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 장군은 1960년 대장으로 전역한 뒤 외교관과 교통부 장관 등을 지냈으며 장관 재직 시절 서울 지하철 1호선 건설을 진두지휘했다. 고인은 태극무공훈장 2회, 을지무공훈장, 충무무공훈장, 미국 은성무공훈장, 캐나다 무공훈장 등을 비롯해 미국 코리아소사이어티 '2010 밴 플리트 상' 등을 받았다.
육군은 이날 부고와 함께 낸 보도자료에서 "고(故) 백 장군은 1950년 4월 제1사단장으로 취임해 낙동강지구 전선의 다부동 전투에서 한국군 최초로 합동작전을 통해 대승을 거둬 반격작전의 발판을 제공했다"며 "같은 해 10월 국군 제1사단이 먼저 평양을 탈환해 민족의 자존심과 국민의 사기를 드높였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빈소에 조화를 보내 애도의 뜻을 표했다. 이는 무공훈장 수훈자 사망 시 대통령의 조화를 보내도록 한 조치에 따른 것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조화를 보낸 것이 단순히 정부가 규정한 무공훈장 수훈자 사망 시 혜택만을 고려한 것은 아니며, 백 장군의 공과 과를 분리해서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 조화 외에도 정세균 국무총리,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의 조화가 전달되었으며, 정경두 국방부 장관, 원인철 공군참모총장,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의 조화도 빈소에 설치됐다.
이날 빈소에는 각계의 조문이 이어졌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이 조문해 유족을 위로했고, 장의위원장인 서욱 육군참모총장도 정복 차림으로 조문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빈소가 차려지기 전인 오후 1시께 조문을 왔고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 대사도 빈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했다. 해리스 대사는 방명록에 "미국을 대표해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한국의 최초 4성 장군이자 지도자, 애국자, 전사, 정치인인 백 장군은 현재의 한미동맹 틀을 구축하는 데 기여했다"고 글을 썼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11일 "진심으로 그리워질 영웅이자 국가의 보물"이라며 애도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이날 애도 성명을 내고 "주한미군을 대표해 백 장군의 가족과 친구에게 진심 어린 애도와 위로를 표한다"며 "백 장군은 오늘날 한미동맹을 구체화하는데 믿을 수 없는 공헌을 했다. 6·25전쟁 당시 군인으로 복무하고, 한국군 최초 4성 장군으로 육군참모총장까지 한 백 장군은 영웅"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은 친일 행적과 관련해 대전 현충원 안장을 두고 재립각을 세웠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11일 페이스북에 "백 장군은 오늘날 대한민국 국군의 초석을 다졌던 진정한 국군의 아버지"라며 "백 장군을 동작동 국립 현충원에 모시지 못한다면, 이게 나라인가"라고 반발했다.
반면 정의당 김종철 대변인은 논평에서 "백선엽씨는 일제 식민지 시절, 일본이 조선독립군 부대를 토벌하기 위해 세운 간도특설대에 소속되어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한 장본인인데 정부의 현충원 안장 결정에 큰 유감"이라고 반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그의 별세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백 장군이 4성 장군으로서 한국전쟁 때 공을 세운 것은 맞으나 친일 사실도 밝혀진 바 있다"며 "별세에 대해
한편 육군장 규정에 따르면 장례는 3일장과 5일장 등으로 치를 수 있는데 백 장군의 경우 유족 측 협의 등을 거쳐 5일장으로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5일 오전 7시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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