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내일(9일) 오전 10시까지 입장 표명을 하라며 수사지휘 수용을 압박하는 최후통첩을 했습니다.
추 장관이 거듭 수사지휘를 수용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음에도 윤 총장이 명확한 답변 없이 검사장 회의 내용 공개 등을 통해 수사지휘의 위법성을 부각하자 재차 쐐기를 박은 것입니다.
전날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정면충돌에 따른 파국을 피하기 위해 물밑에서 절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추 장관의 최후통첩으로 상황은 다시 강 대 강 대치 국면으로 회귀했습니다.
추 장관은 오늘(8일) "공(公)과 사(私)는 함께 갈 수 없다. 정(正)과 사(邪)는 함께 갈 수 없다"며 윤 총장에게 내일(9일) 오전 10시까지 최종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습니다.
"더 이상 옳지 않은 길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라며 일각에서 제기된 검사장급 팀장 투입 등 제3의 절충안에 대한 거부 입장도 시사했습니다.
전날 '좌고우면'하지 말고 '장관의 지휘사항을 이행할 것'을 촉구한 데 이어 신속한 결단을 재차 주문한 것입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특임검사에 준하는 독립성을 보장하고 윤 총장은 수사 결과만 보고받으라는 장관의 수사지휘를 그대로 수용하라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윤 총장의 입장 발표가 미뤄지면서 타협안 모색 등 관측이 나오자 추 장관은 이날 오전 산사를 방문해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지난 6일 오후부터 휴가 중입니다.
추 장관은 입장문 발표 1시간 전 페이스북에 "무수한 고민을 거듭해도 바른길을 두고 돌아가지 않는 것에 생각이 미칠 뿐입니다"라고 쓰면서 최후통첩을 예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산사의 고요한 아침입니다. 스님께서 주신 자작나무 염주로 번뇌를 끊고 아침 기운을 담아봅니다"라며 사찰을 바라보는 자신의 뒷모습 사진도 게시했습니다.
윤 총장은 이날 예정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주례 보고를 서면으로 대체하면서 엿새째 숙의 중입니다.
이 지검장은 대검 측 요청에 따라 지난주부터 윤 총장에게 서면으로 보고하고 있습니다. 대검은 지난 3일 검사장 회의 때도 이 지검장에게 문제가 된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수사청인만큼 오지 않는 것이 좋겠다며 불참을 권유했습니다.
2주째 계속되는 이 지검장의 대면 보고 보류 조치에는 결국 수사팀에 대한 윤 총장의 여전한 불신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추 장관이 내일(9일) 오전 10시까지로 시간을 못 박아 수사지휘 수용을 압박하면서 윤 총장의 입지는 더 좁아지게 됐습니다.
지난 3일 검사장 회의 이후 대검 내부에서는 윤 총장이 더 시간을 두고 최종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장관의 수사지휘를 거부하면 법무부 감찰 등 파국이 예상됐지만 장관의 수사지휘의 위법성을 주장하는 검찰 내부 의견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추 장관이 전격적으로 최후통첩을 보내면서 윤 총장은 다급한 입장에 놓이게 됐습니다.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하면 검사장 회의 등을 통해 결집된 내부 의견을 저버렸다는 점이 부메랑이 돼 리더십을 흔들 수 있습니다. 반면 수사지휘를 거부하면 법무부 감찰 등으로 이어져 파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이 쉽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는 것은 검언유착 의혹 수사의 문제점을 보는 관점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추 장관은 이번 사건에 윤 총장의 최측근이 연루된 만큼 공정한 수사를 위해 윤 총장이 수사 지휘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검사장들은 이에 대해 총장의 수사지휘를 배제한 장관의 수사지휘 자체가 위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윤 총장은 이번 사건이 제보자 지모 씨에 의한 '함정 취재'에서 비롯된 의혹이 있지만 수사팀이 이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대검 부장들 사이에서도 '함정 취재'에 대한 판단이 분분한 데다 이런 의혹 역시 제대로 규명되려면 정상적인 대검 지휘에 따른 독립적인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검언유착' 사건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올해 초 신라젠 의혹을 취재하면서 한
사건에 연루된 한 검사장이 윤 총장의 최측근이라는 사실 때문에 윤 총장의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이 수사를 무마할 명분을 마련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왔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