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정부 들어 처음으로 국가정보원장과 국가안보실장을 교체했습니다.
특히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가 화제가 됐는데요, 황재헌 기자와 함께 인사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 1 】
박지원 전 의원 국정원장 발탁이 말 그대로 파격 카드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언론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죠?
【 기자 】
인사 하마평 기사가 최소 2주 전쯤부터 나왔었는데요, 국정원장에 박지원 전 의원이 유력하다는 기사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국정원장 같은 주요 장관급 인사 사례로는 상당히 이례적입니다.
더욱이 박 전 의원을 예측할 수 없었던 건 문재인 대통령과의 관계 때문이기도 합니다.
【 질문 2 】
과거 문 대통령이 당 대표가 되는 과정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잖아요?
【 기자 】
그렇습니다.
박 전 의원은 2015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자리를 두고 문 대통령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문 대통령을 깎아내리기 바빴습니다.
당시 발언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지원 /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후보(2015년)
- "저는 어쩐지 문재인 후보는 경험도 경륜도 부족하기 때문에 대단히 불안하게 생각합니다. 여러분 그렇지 않습니까?"
결과는 문 대통령이 근소한 차이로 이기긴 했습니다만 지금 더불어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박 전 의원이 압승을 거둔 호남 지역에서 상당 부분 기반을 잃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은 2016년 총선에서 박 전 의원이 이끄는 국민의당에게 호남에서 패배하기도 했죠.
2017년 대선 때는 박 전 의원이 매일 아침 SNS로 문 대통령을 비판해 '문 모닝'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 질문 3 】
그럼에도 결국 대북 문제는 경험을 이길 자가 없다 그런 결론을 내린 거네요?
【 기자 】
청와대는 박 전 의원을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9·19 평양 남북정상회담 때 모두 특별참석자로 초청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아무리 대북 관련 인사들이라도 공무원이니까 정권에 따라 자주 바뀌지 않습니까? 하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고 또 폐쇄적인 정치 문화가 있다 보니 익숙한 사람, 우리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을 찾습니다.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 때부터 대북 라인 근처에 있었던 박 전 의원이 그런 점에서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죠.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정의용, 서훈 특사까지 거부한 상황에서 그래도 박 전 의원이 북측을 협상 테이블로 데리고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청와대가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 질문 4 】
같은 이유에서 어제 소위 대북통을 다 모은 인사를 한 것이라고 봐야겠죠?
【 기자 】
특히 외교안보특보에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정의용 안보실장을 임명한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보 직위를 주면서 어떤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대북문제에 있어서는 거물인 두 인물이 전방위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여유를 주겠다는 건데요.
문정인 교수를 포함해 3명을 배치하면서 남은 문 대통령 임기 동안 총력전을 펼쳐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정의용 안보실장의 발언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정의용 /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 "한반도 상황이 어렵기는 하지만 저는 그간 남북미 3국 정상 간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청문회를 치르지 않는 서훈 신임 안보실장 내정자와 두 특보에게 문 대통령은 오는 6일 임명장을 줄 것으로 보이는데 이 자리나 혹은 같은 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인사의 배경과 앞으로의 대북 정책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보입니다.
【 질문 5 】
안보라인 개편 뒤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방한하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우리 측 인사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요?
【 기자 】
비건 부장관은 오는 7일 방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외에 서훈 신임 안보실장 내정자와도 인사 차원에서 만날 가능성도 커 보입니다.
일단 어제 이도훈 본부장이 주한 중국, 러시아 대사를 만난 점이 눈에 띄는데요.
앞서 보셨듯 최선희 부상이 일축하긴 했지만 다음 북미정상회담 추진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듣고 대선 전 북미회담이 필요하다는 우리 측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 앵커멘트 】
지금까지 황재헌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