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대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꺼내든 '수사지휘권 발동' 카드는 일선 수사팀과 마찰을 빚으며 측근 검사장 감싸기 논란에 휘말린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사실상의 총장 사퇴 요구나 다름없다는 반응도 내놓고 있습니다.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헌정사상 두 번째로 15년 만입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10월 천정배 당시 장관이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불구속 수사'를 지휘하자, 김종빈 당시 총장은 수사 지휘를 수용하고 사직했습니다.
현행 검찰청법 제8조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해 장관의 수사 지휘 권한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어제(2일)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무엇보다 '검언유착' 사건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두고 윤 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등 검찰 내부 갈등이 고조되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추 장관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 참석해 "이 사태를 우려함과 동시에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이면서도 "더 지켜보기 어렵다면 결단하겠다"며 수사지휘권 발동을 예고했습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지난달 4일 대검찰청 부장회의에서 사건을 지휘·감독하고, 총장에게 모든 보고 없이 독립해 결정하라고 서울중앙지검에 지시하고도, 이후 전문자문단 소집 결정을 내린 것을 문제 삼았습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당초 대검 차장검사와 대검 부장(검사장) 5명의 협의체에 의사결정을 맡기고도 상의 없이 전문자문단 소집을 결정한 것은 윤 총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한동훈(47살·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이 수사대상에 포함된 점을 고려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추 장관은 지난달 29일 9명의 전문자문단원 선정 절차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 문제가 제기된 점과 사건관계인 신청으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리게 되는 점 등을 구체적인 이유로 들며 전문자문단 심의 절차 중단과 서울중앙지검의 독립 수사를 지시했습니다.
윤 총장은 수사 지휘를 받아들일지 아직 입장을 정하지 않았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이 지휘를 거부하면 측근 감싸기 논란이 커지면서 검찰 조직 전체에 부담을 줄 것이기 때문에 결국 수용할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대검은 일단 3일로 예정됐던 전문자문단 회의는 취소했습니다.
물론, 윤 총장이 내·외부의 의견 대립 속에서도 전문자문단 소집 의사를 굽히지 않았던 점에 비춰볼 때 추 장관의 이번 지휘를 거부할 소지도 없지는 않습니다. 윤 총장은 과거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팀을 이끌 당시 외압 의혹을 폭로하며 당시 검찰 지휘부에 '항명'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 윤 총장은 측근을 구하기 위해 권한도 없는 채널A 이동재(35살) 기자 측의 진정을 받아들여 전문자문단을 소집했다는 비판과 법률로 규정한 지휘체계까지 어겼다는 비판까지 떠안아야 해 후폭풍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이 한창인 상황에서 명분이 약한 수사지휘 거부는 검찰의 조직적인 저항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추 장관이 사건 초기부터 의혹 당사자들의 유죄를 예단한 상태에서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여러 차례 작심 발언을 하고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윤 총장이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대검 감찰부의 감찰을 중단시키고 대검 인권부에서 조사하게 한 것과 대검 예규에 따라 전문자문단 소집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추 장관이 "법 기술을 부린다"는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공개 비판한 것을 부적절하게 보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이
2005년 강정구 교수 사건 수사 때도 수사팀의 구속 의견에 대해 장관이 불구속 수사를 지시하면서 '정치적 판단'이 개입됐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