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전반기 원구성 여야 협상은 결국 결렬됐습니다.
여당의 상임위원장 독식은 1987년 5월, 12대 국회 후반기 이후 33년 만에 처음이라고 하죠.
정치부 정광재 국회 반장과 자세한 얘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 질문 1 】
정 반장, 애초 오늘 합의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는데요.
협상이 결렬되니까, 이제 서로 책임을 상대에게 돌리기 바쁜 것 같아요?
【 답변 】·
네. 국회법상 명시된 원구성 법정 시한은 지난 6월 8일입니다.
그동안 여야는 협상을 계속해보겠다는 명분을 앞세워 5차례나 본회의를 미뤄왔었는데요.
최종 협상이 결렬되면서 민주당은 "최대한 양보했지만 통합당이 거부했다"면서 통합당에 책임을 넘기고 있고, 통합당은 "민주당이 상생과 협치를 걷어찼다"며 민주당 책임론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 질문 2 】
그런데 어제 밤까지만 하더라도 가합의가 있었다는 얘기도 들렸잖아요?
【 기자 】
맞습니다.
국회 안팎에선 합의문 초안까지 만들어졌다는 전언도 있었는데요.
쟁점이 됐던 법사위원장을 후반기에는 집권 여당이, 그러니까 다음 대선에서 승리하는 정당이 가져가는 것을 비롯해
전체 상임위원장은 11대 7로 배분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국정조사와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법사위 청문회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합당은 원구성 협상 카드로 이른바 '한유라' 사건 등 7개 분야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했었는데요.
민주당은 윤미향 의원과 한명숙 전 총리 재판 관련 조사 카드를 사실상 수용했는데도 통합당이 협상을 결렬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 질문 3 】
그래서인지 민주당은 "통합당이 가합의를 깬데는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 기자 】
네, 민주당의 협상을 주도했던 김태년 원내대표의 말인데요.
김 원내대표는 MBN과의 통화에서 "통합당이 협상권과 결정권을 달리하는 구조 때문"에 협상이 깨졌다고 주장했습니다.
협상은 주호영 원내대표가 하고 있지만, 결정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한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실제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 부대표는 "김종인 위원장이 과도하게 원내 개입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 질문 4 】
반대로 통합당얘기도 좀 들어보기로 하죠. 어떤 입장인가요?
【 기자 】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합의안 초안이나 서명 같은 건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또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민주당이 전혀 양보하지 않았기 때문에 협상이 깨졌다"고 강조하고 있는데요.
민주당 주장대로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다만, 이번 원구성 협상 결렬을 두고 김 위원장은 주 원내대표를 격려하며 대여 강경론을 피력했습니다.
▶ 인터뷰 : 김종인 /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 "협상의 노고를 아끼지 않고, 열심히 해주신 주호영 원내대표에 대해서 박수를 한번 보내주십사…. 우리가 여당에 다수 끌려다니는 모습을 탈피하고…."
【 질문 5 】
어쨌든, 18개 상임위를 민주당이 모두 가져가는 상황이 됐잖아요.
그런데 유독 정보위원장 자리만 공석으로 남았습니다. 이건 왜 그런가요?
【 기자 】
네, 국회 상임위는 모두 18곳인데요.
기존 6곳 외에 오늘 본회의에서 11곳의 상임위원장을 추가 선출하면서 정보위원회를 제외한 17곳 모두 민주당 소속 의원들로 위원장이 채워졌습니다.
다만, 정보위는 위원장 선출에 실패했는데요.
국회법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국회법에는 국회 정보위위원회 위원과 관련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해 선임한다"는 규정이 있는데요.
다른 상임위는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상임위를 배분할 수 있지만, 국가 기밀이나 대북 정보를 다루는 정보위는 강제 지명 권한이 없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통합당이 정보위원을 추천하지 않으면 상임위 구성이 안 되고, 상임위 구성이 안 되면 정보위원장 선출도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 질문 5-2 】
어쨌듯, 이렇게 민주당 단독 개원 형식으로 국회가 열리면서 앞으로의 국회 운영에 관심이 쏠립니다. 이제 국회 운영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 답변 】
민주당은 6월 임시국회 회기인 7월 4일까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3차 추경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회의 추경안 처리를 다시 한 번 강도 높게 요청했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대통령
-"코로나로 인한 국민들의 경제적 고통을 국회가 더는 외면하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3차 추경을 간절히 기다리는 국민들과 기업들의 절실한 요구에 국회가 응답해 주실 것을 다시 한번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민주당은 문 대통령이 요청한 공수처장 추천과 관련해서도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인데요.
이렇게 되면 독자 원구성에 이어 민주당 단독 추경안 처리와 공수처장 추천 강행을 위한 법 개정 등도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 질문 6 】
그럼, 통합당은 이런 민주당의 국회 운영 방안에 대해 어떤 카드로 대응할 수 있을까요?
【 기자 】
통합당의 고민은 마땅한 대응 카드가 없다는 데 있습니다.
국회 의석이 민주당 176석대 통합당 103석인 상황에서, 민주당이 강행 의지만 있다면 독자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인데요.
통합당 관계자는 "거대 여당이라도 국회 관행과 협치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는 여론전에 주력하는 것 외에 현실적 대안이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 질문 6 -1 】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얘기했던 "법을 바꿔서라도 공수처장 추천위원 야당 몫을 여당 몫으로 바꾸는 것"도 가능한 상황이겠군요?
【 기자 】
전적으로 민주당 지도부 의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국회 의석 수와 법사위 구성을 보면 가능은 한 구조인데요, 다만 이 과정에서 여론이 관건이 될 것같습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께 죄송스러운 말씀이지만 통합당이 반대하면 공수처는 출범 예정일에 출범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힌 것도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 반영된 발언으로 보입니다.
【 질문 6-2 】
상황을 종합해 보면, 통합당으로서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것 같군요.
【 기자 】
그렇습니다.
당내에서는 국회에서 보장하고 있는 축조심사 등을 대안으로 꼽고는 있습니다.
'축조심사'를 통해 각 상임위마다 자구 심사기능을 수행하는 방안 등을 대응 카드로 활용하자는 건데요.
하지만, 이마저도 결국에는 시간끌기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지난해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4+1 협의체가 위력을 발휘한 적이 있는데, 통합당 입장에선 당시 상황보다 어려우면 더 어려웠지 더 쉬운 상황은 아닙니다.
【 앵커멘트 】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