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개석상에서 책상 치며 검찰총장 면박 준 법무장관
↑ 사진 = 연합뉴스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제 지시의 절반을 잘라 먹고, 틀린 지휘를 했다. 장관 말을 들으면 좋게 지나갈 일을, 지휘랍시고 일을 꼬이게 만들었다"고 표현했으니 '비판'의 수위를 넘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작심하고 '비난'했다는 겁니다.
추 장관은 그제(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혁신 포럼'에 참석해 "(법무부에서) 대검 감찰부에 감찰하라고 했는데 총장이 어기고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에 내려 보내고, 대검찰청 인권부에서 총괄해 보라고 했다"며 "장관이 지휘했으면 따라야 되는데 (총장) 본인이 다시 지휘를 했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언급을 동영상으로 보면 책상을 여러 차례 내리치며 훈시하듯 말하는 장면도 등장합니다. 이전에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갈등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생경한 모습입니다.
■ 논쟁 중인 두 사안은…모두 대검 '감찰' 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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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은 크게 두 가지에서 비롯됐습니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한명숙 전 총리 뇌물 수수건' 수사 당시 검사들이 '모해위증교사'를 했다며 진정이 들어온 사건(이하 '한명숙 사건')입니다.
두 사안은 공통적으로 대검 '감찰'과 얽혀 있습니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은 지난 4월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감찰 의사를 밝혔지만,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지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검 측은 "한 부장이 문자 메시지로 감찰 착수를 보고했다"고 밝혀 규정 위반 논란이 이어졌고, 한 부장은 "여러 차례 대면 보고"가 있었다고 맞섰습니다.
'한명숙 사건'도 비슷합니다. 한 부장은 지난 4월 한 전 총리에게 불법정치자금을 건넨 고 한만호 씨의 동료 수감자 최 모 씨가 낸 진정서를 법무부로부터 이첩받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한 부장은 이를 윤 총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자체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40여 일이 지난 지난달 28일에야 보고를 받은 윤 총장은 바로 다음 날 이 사건을 대검 인권부 지휘로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이 조사하도록 했습니다.
추 장관이 어제(25일) 문제삼은 부분은 이 가운데 '한명숙 사건'입니다. 법무부에서 대검 감찰부에 진정서를 보냈는데, 총장이 이를 서울중앙지검으로 내려 보냈다는 겁니다.
■ 감찰을 택하지 않은 윤석열 총장…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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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은 '한명숙 사건'에 대해 검찰공무원의 수사 관련 인권침해 의혹 사건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새로 설치된 대검 인권부에서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또 징계시효가 끝나 감찰부 소관이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검언유착' 의혹도 일반적으로 감찰보다 강도가 높은 '수사'를 지시했으니 문제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180석 거대 여권 내부에서는 "왜 감찰을 무력화시키느냐?", "제 식구 감싸기다"라는 프레임의 비판까지 쏟아집니다.
그러자 추미애 장관이 직접 나서서 대검 감찰부에서 직접 조사를 하라며 압박을 했습니다. 결국, 윤 총장은 지난 23일 한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재판 때 검찰이 거짓 증언을 강요했다고 주장하는 수감자 한 모 씨가 당시 수사팀에 대한 감찰과 수사를 요청한 사안을 대검찰청 감찰부에 배당합니다. 또 어제(25일) 법무부는 한동훈 검사장을 직접 감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돌고 돌아 감찰이 시작되자 검찰 일각에서는 "애초부터 감찰을 맡겼다면 이 사달이 벌어지진 않았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옵니다.
윤 총장이 '감찰' 카드를 택하지 않은 의중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입니다. 한 부장은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 모임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조국 전 법무장관이 퇴임 마지막 날 청와대에 제청해 임명된 인물입니다. 그래서 검찰 일각에서는 대검 간부가 아닌 정치인 같다며 거부감을 표합니다. 윤 총장으로서는 (한 부장의 반박과는 별개로) 자신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감찰 사실을 통보하고, 진정서 받은 걸 늑장 보고하는, 쉽게 말해 지휘 체계를 벗어난 인사에게 감찰을 맡기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이러한 측면 등을 고려해 윤 총장은 '감찰' 대신 다른 방식으로 진상 규명을 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과거 검찰은 검사들의 비위 문제 등이 불거졌을 때 특임검사 등을 임명하며 논란을 정면 돌파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결과적으로 정면 돌파에 실패했습니다. 오히려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커지자 한 검찰 간부는 "한 부장이 아닌 다른 인사가 감찰부장으로 있었다면 윤 총장이 감찰을 맡겼을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아쉬워했습니다. 실제 대검 인권부는 지난해 7월 신설될 때부터 감찰부와 업무 영역이 일정 부분 겹친다는 문제제기가 있었고, 아직 제도적으로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 수사팀 못 믿겠다는 피의자
'감찰' 이외에 또 다른 변수도 등장합니다. 지난 14일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피의자인 이 모 기자 측에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진정한 겁니다. 이 기자 측은 "균형 있고 절제된 수사가 진행되지 못한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현 수사팀의 '수사 결론'을 그대로 신뢰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기자 측은 수사가 이른바 '답을 정해놓고' 진행되는 건 아닌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사건 당시 이 기자가 접촉한 지 모 씨에 대한 수사를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검찰은 반응이 없었습니다. 검찰은 압수수색 당일 휴대전화 포렌식 참관을 요청했는데 담당 변호인은 이런 사례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19일 대검찰청 부장회의를 거쳐 기소 여부 등을 판단할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결정했습니다.
■ '전문수사자문단' 놓고 입장 바꾼 법무부
전문수사자문단은 지난 1월 법무부가 대검과 일선 검찰청에 공문을 보내 적극 활용을 당부했던 절차입니다. 당시 보도자료를 보면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국민 신뢰를 제고하기 위하여 대검찰청 스스로 마련하여 시행 중인 '부장회의 등 내부 의사결정 협의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등 외부 위원회'를 적극 활용하는 등…"이라고 돼 있습니다. 이전에 진행됐던 강원랜드 수사외압 의혹 사건 관련 전문자문단 구성도 그 사례로 언급돼 있습니다.
하지만, 추 장관은 당시 법무부 입장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입니다. 지난 24일 추 장관은 "각종 예규 또는 규칙을 통해 자기 편의적으로 조직을 이끌어가기 위해 법 기술을 부리고 있다"며 비판했습니다. 윤 총장을 명시하진 않았지만, 윤 총장의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법 기술'을 부리고 있다고 비판한 걸로 해석되는 대목입니다. 특히 자문단의 구성과 안건 선정 등이 검찰총장 주도 아래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사실상 수사를 방해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가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협박성 취재를 당한 당사자로 지목된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는 전문자문단 소집에 대한 반발로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습니다.
■ "검찰은 망한 것 같다"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 검찰 수사를 신뢰하지 못해 한쪽은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진정하고, 또 다른 쪽은 수사심의위원회를 요청하는 상황.
- 현직 검사장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데 법무부 장관이 감찰을 지시하는 상황.
현재 상황을 바라보는 검찰 내부 분위기는 '착잡함' 그 자체입니다. "검찰의 신뢰와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는 건 기본. 심지어는 "검찰은 이제 망한 것 같다"는 자조 섞인 반응까지 나옵니다.
■ 우려되는 '사법의 정치화'…"누구도 승복하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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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는 서초동을 향해 연일 강성 발언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검찰총장이 업무보고를 해야 한다"고 윤 총장의 국회 출석을 압박했고,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원내선임부대표는 "(드루킹) 특검은 왜 수사 보고서 내용이 사실과 다른지,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작성한 것이 아닌지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정치권이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고 사안마다 검찰로 고발장을 갖고 오는 '정치의 사법화'가 문제였다면, 이제는 반대로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 과정마다 정치가 개입하는 '사법의 정치화'가 본격화되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 검찰 출신 정치인은 "정치와 사법은 엄격히 구분돼야 하는데 비정상적으로 사법 영역이 정치로 넘어오는 상황"이라고 우려
[ 이성식 기자 / mods@mbn.co.kr ]
◆ 이성식 기자는?
=> 2007년 입사해 정치부 국회팀과 사회부 법조팀·사건팀, 경제부 경제부처 등을 출입했습니다. 현재 사회부 법조팀에서 취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