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장 선출의 법정 시한인 8일 여야가 원 구성을 놓고 막판 협의에 나선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7일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 및 만찬을 갖고 원 구성 문제를 논의했지만 법제사법위원장을 어느 당이 가져가느냐를 놓고 격돌하면서 합의가 불발됐다.
이에 따라 박 의장은 양당 원내대표에게 "8일 정오까지 상임위원장 선임 요청안을 제출해달라"고 당부한 상태다.
이날까지 원 구성 협상이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 박 의장이 직권으로 각 상임위에 위원들을 배정하는 '강제 선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 13대 국회부터 20대까지 국회 원 구성에 걸린 시간은 평균 41.4일이다. 그만큼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의 격렬한 샅바싸움이 반복돼온 것이다.
법사위는 각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의 최종 확정 전에 기존 법률과 충돌·모순하는 부분이 없는지를 살피는 '체계와 자구에 대한 심사권'(국회법 86조)을 갖고 있다.
특히 법사위원장은 여당의 입법 독주나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견제할 수 있는 야당의 유일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통합당이 맡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민주당은 "통합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정치적 무기로 삼아 쟁점법안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그것은 여야 공수 입장이 바뀌면 마찬가지다.
더구나 국회 통과 법안 중 위헌법률이 연간 10여건 나오는 상황에서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기능까지 없애자는 여당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2004년 17대 국회 이후 제1야당이 관행적으로 법사위원장을 맡아온 것도 이런 견제와 균형 구도 때문이었다.
민주당이 제1야당(통합민주당)이던 18대 국회 당시 의석은 81석이었고,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153석)은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등 범여권 정파를 포함해 200석에 달했다.
하지만 원 구성 협상에서 통합민주당은 견제와 균형을 이유로 법사위원장 등 6개 상임위원장을 꿰찼고, 새누리당이 단독 과반을 이룬 19대 국회에서도 야당인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져갔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이제 와서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맡는 것은 잘못된 관행"이라며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원장 18자리를 모두 갖겠다고 엄포를 놓는 것은 차기 대선 전에 자신들이 원하는 법안들을 재빨리 처리하려는 속셈이 깔려있는 듯 하다.
현행 국회법상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법안도 '상임위 최장 180일'에 이어 법사위에서도 '최장 90일'을 더 심사하도록 돼 있어 의사진행권을 가진 법사위원장의 소속 정당에 따라 쟁점법안의 심사 기간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여당이 법사위원장직을 차지할 경우 범여 군소정당을 규합해 개헌을 시도할 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지난 5일 '반쪽 개원'을 통해 박병석 국회의장을 선출할 당시 통합당 의원 103명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193명 의원이 참석했다.
민주당에선 박병석 의장을 제외한 176명, 정의당 6명, 열린민주당 3명, 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서 제명된 무소속 양정숙, 기본소득당 용혜인,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 등이 참여했고 국민의당 소속 의원 3명과 무소속 이용호 의원도 참여했다.
여당으로선 여기에 7명만 더 끌어오면 개헌 의석(200석)이 가능한 셈이다.
그럴 경우 여당의 숙원인 토지공개념, 동일노동 동일임금, 국민발안제, 대통령 4년 중임제 등 국민의 기본권과 권력구조, 사회경제적 질서를 흔들 수 있는 사안들이 개헌 안건에 포함되고, 여당 소속의 법사위원장이 개헌 작업의 선봉장에 설 수도 있다.
현 정부가 계승하겠다는 참여정부의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1년 대권 출마 선언 때 "낮은 사람, 겸손한 권력으로 강한 나라를 만들어 가겠다"고 했고, 민주당도 4월 총선 승리 직후 "겸손한 권력으로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외쳤다.
그러나 여당이 불과 두달 만에 초심을 잃고 근육질을 과시하며 다수 의석으로 원구성을 밀어붙이려 한다면 국회 상생과 협치는 실종될 수 밖에 없다.
박병석 의장이 "2004년 열린우리당 시절 4대 개혁입법을 일거에 추진하려다 좌절된 걸 기억할 것이다"며 "압도적 다수를 만들어준 민의가 무엇
여당이 지금처럼 '하늘이 두쪽나도 뜻을 관철시키겠다'는 독선적 태도를 버리지 않는 한, 21대 국회는 4년내내 여야간 정쟁과 충돌로 날을 지새며 '최악의 국회'로 꼽히는 20대 국회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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