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전당대회 등판을 예고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부산 지역 여권 인사들과 만찬 회동을 한다. '호남 대망론' 기수인 이 위원장이 사실상 당권 도전을 앞두고 '친노·친문'의 본산 격인 부산으로 보폭을 넓히는 모습이다. 특히 당내 영남권 잠룡으로 꼽히는 김부겸 전 의원도 당권 경합에 뛰어들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이 위원장의 PK(부산·울산·경남) 지역 공략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눈길을 끈다.
7일 민주당 복수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오는 11일 서울 모처에서 부산 지역 여권 낙선자들과 '식사 정치'를 이어간다. 부산 지역은 지난 4·15 총선에서 여권 후보들이 3명 밖에 당선되지 못하는 등 사실상 참패를 기록해 관심을 모은 곳이다. 특히 이번 만찬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부산이 친노·친문 진영의 지역 기반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전당대회의 승패는 결국 '친문'의 낙점을 받을 수 있냐는 것에 달렸다. 영남권에선 부산 친노·친문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 이낙연, '호남 필패론' 깨려면
전남 영광이 고향인 이 위원장으로선 당권은 물론 향후 대권 도전에서도 '호남 대망 필패론'을 깨려면 PK와 접경면을 반드시 넓혀야 한다. 특히 부산 낙선자들은 친문 성향 지역위원장들이 대부분인터라 당장 이들을 설득하는 것이 당권 장악에 필수 관문일 수 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이들이 지역 바닥에서 직접 영입한 권리당원들이 부산시당 내 상당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지역위원장에 의한 '당원 줄세우기'가 옛말이 됐을지라도 여전히 그 입김은 작지 않다. 지난 전당대회 기준, 대의원 투표 45%, 권리당원 투표 40%, 국민 여론조사 10%, 일반당원 조사 5%의 비율로 결과가 산출됐던 걸 고려하면 높은 투표율을 보이는 부산권 권리당원 표심을 얻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관측이다.
이번 모임의 주선책은 지난 총선 부산 사상구에서 낙선한 배재정 전 민주당 의원이 맡았다. 배 전 의원은 이 위원장이 총리를 하던 시절 초대 비서실장을 지내며 '이낙연 사단'으로 불린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에서 출사표를 던질 만큼 '친문'으로 꼽히기도 한다. 이 위원장 측은 "배재정 전 의원이 직접 요청해 부산 낙선자들을 위로하고자 갖는 만찬이다. 전당대회를 향한 포석으로 해석하지 말아달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당내 기반이 약한 이 위원장이 최근 들어 '릴레이 여권 만찬'을 잇달아 주재하는 것을 두고 당권 도전을 위한 조직 구축에 나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 부산 친노·친문 표심 나뉠까
'부산 친노·친문' 공략에 선제적으로 나선 건 이 위원장이지만, 온전한 표심 장악은 쉽지 않을 예정이다. 현재 거론되는 당권 주자 중에 '친문 적자'가 없는 탓에 이번 전당대회에서 부산 표심이 분산될 것이란 예측이 많기 때문이다. 부산시당 관계자는 "차기 당권 주자를 살피면 대부분 '남의 집' 사람들이다"며 "부산 입장에선 일종의 데릴사위를 세워야 하는 것이라 단일한 표심이 모아지기 어려울 걸로 본다"고 설명했다. 결국 각자 얼마만큼의 부산권 표심을 선점하느냐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 위원장이 '친문 당권파' 사이에서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는 만큼, 부산 현역 배지 3인방(전재수·최인호·박재호) 중 당권파 핵심 일원인 전재수 의원의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
물론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김 전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하는 대로 '호남 대 영남'이라는 지역구도가 크게 작동할 수 있다. 박재호 의원이 김 전 의원을 전폭적으로 지원 사격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삼 정부 때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박 의원은 김 전 의원과 함께 미래통합당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넘어왔다. 2003년 열린우리당(현 민주당) 창당 당시 한나라당을 탈당해 합류한 '독수리 5형제(이우재·이부영·김부겸·안영근·김영춘)' 중 하나인 김영춘 전 의원도 김부겸 전 의원의 편에 설 가능성이 높다. 비록 이번 총선에서 낙선했지만 ’PK 간판’ 격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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