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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19는 인류에게 새로운 도전과 응전의 시대가 될 것이다. 코로나19에 여전히 고전 중인 상황이지만, 코로나19 이후 생성될 뉴노멀(new normal), 즉 새로운 일상에 대한 정확한 예측과 대응은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포스트 코로나19는 커다란 위기이다. 가장 문제는 경제 문제이다. 국경이 폐쇄 되고 자국 우선주의로 세계화가 위축되는 모습을 우리는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지난 경제 위기들이 금융 위기로 시작해서 실물경제 위기로 파급된 것과는 달리, 코로나19 사태는 세계적으로 실물경제 위기를 초래하고 가계와 금융위기를 포함하여 경제전반의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S&P 등 3대 신용평가사 모두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로 예측하고 있다. 세계화의 위축으로 국제 분업구조가 흔들릴 경우 무역의존도가 가장 높은 우리에게는 치명상이다. 또한 경제성장의 둔화와 비대면 산업의 활성화는 저소득층의 고용시장을 더욱 위축시켜 경제사회적 불평등 구조를 심화시킬 것이다.
많은 학자들은 코로나19 이후 민주주의 위축을 우려한다. 국가의 책임과 역할이 강화됨에 따라 등장하는 큰 정부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전체주의적 사고를 용인하는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다는 지적은 모두가 경계해야 할 사안이다. 방역을 무기로 정부의 대국민 통제와 정보의 비대칭성은 민주적인 시민사회를 위협할 수 있다. 정권의 성격과 리더십에 따라 빅브라더 출현을 꿈꾸는 권력이 있을지도 모른다. 경기부양과 빈곤층 구제를 위한 재정확대정책은 국가재정의 건전성이 무시되고 단기적인 정치적 이익만 쫓는 포퓰리즘, 즉 인기영합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사례에서 보듯이 어려운 계층은 지원금이 절실하고 형편이 좋은 계층도 세금에 대한 보상심리로 공짜 현금을 마다할리 없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은 선거에서 진보 보수를 넘어 '나라님이 돈을 내렸다'며 위력을 발휘했다. 이처럼 코로나19가 가져 온 위기는 각국의 현존하는 정치권력들이 그들의 제도와 문화에 따라 기존체제를 더욱 공고화시킬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위기극복의 전위 역할을 하면서 뉴노멀의 형성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기는 대처 여하에 따라 커다란 기회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의 출현은 위기와 함께 새로운 긍정적인 기회 요소들을 발견하게 해주었다. 비대면 사회는 원격의료와 빅데이터, 로봇산업, 오프라인 활동을 대체하는 가상현실(VR) 서비스 등 새로운 기술과 산업모델을 촉진시키고 만들어 낼 것이다. 따라서 규제 혁파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최우선 개혁과제가 되어야만 한다. 기존의 기업과 산업이 혁신되고 새로운 산업이 나타나려면 규제에 대한 과감하고도 단호한 폐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정부는 규제 때문에 얼마나 많은 혁신기업들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에서 좌절하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해외자본의 투자가 막히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규제 혁파와 매력적인 유인책이 없다면 현 정부의 리쇼어링(reshoring) 정책도 실패할 것이다. 리쇼어링은 기업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고 애국심에 호소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관료가 아닌 기업의 입장에서 규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규제혁신 기능과 권한을 국회로 이관하는 것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코로나19 사태는 국가의 책임과 역할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이번 사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국가의 책임과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었다. 코로나19 사태는 국민들이 당연히 누려야 하는 생명권과 안전권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역할을 묻는 중요한 계기이다. 마스크 부족 사례에서 나타났듯이 국가에 대해 단순한 지시와 통제가 아닌 실질적인 현장중심의 문제해결 능력을 요구했다.
서구사회에서 보지 못한 우리의 공동체주의 부활은 코로나19 대처과정에서 얻은 가장 빛나는 기회 요소이자 긍정의 에너지다. 우리는 코로나19와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대구를 중심으로 높은 시민의식을 보여주었다. 일부 봉쇄론에 상처받으면서도 전국 확산을 막기 위해 스스로 지역이동을 최소화했던 대구시민들의 시민의식은 감동 그 자체였다. 위험을 무릅쓰고 대구로 향했던 수많은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은 우리사회에 공동체주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것이 K 방역의 핵심적 성공요인이었고 국격과 브랜드파워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
탈세계화는 역설적으로 인류의 공존의식과 연대를 강화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기후위기와 같은 환경문제와 팬데믹의 연관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연대와 협업이 더욱 강화되어야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인 성장둔화 와 경기침체는 냉정한 정글식 신자유주의를 탈피하여 보다 따뜻한 자본주의로의 이동을 촉진시킬 수 있다.
이렇게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가운데 정치권이 가장 관심을 두어야 할 부분은 코로나19 이후 심화될 경제사회적 불평등구조이다. 헬조선의 구조적 모순을 방치한 채 대한민국의 미래를 논할 수는 없는 일이다. 코로나19로 확산될 불평등구조에 대한 인식과 상실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필연적으로 복지의 확장과 함께 강력한 정치개혁, 정부 및 공공개혁, 노동개혁, 연금개혁 등의 요구로 이어질 것이다. 21대 국회가 문을 열면 가장 먼저 '포스트 코로나19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뉴노멀에 대비하는 국가미래전략을 짤 것을 제안한다. 방역과 공공의료시스템 차원을 넘어 우리가 지속가능한 미래로 가기위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모순과 불공정 구조를 정면으로 다루면서 새로운 가치와 미래 의제들에 대해 폭넓게 고민하고 모색하며 대안을 찾는 정치를 기대해 본다.
지난 수년간 대한민국의 경제사회적 위기는 중첩적으로 지속되어 왔고 최근 몇 년간 더욱 악화되었다. 여기에 코로나19가 기름을 부은 격이다. 우리의 위기 실태와 구조를 보면 정치와 리더십의 중요성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가 위기를 심화시킨 측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뉴노멀은 더 이상 진보나 보수의 가치문제가 아니다. 서민대중에게는 현실적이고도 절실한 삶과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기준과 질서는 구질구질한 진영대결이나 이념논쟁을 뛰어넘은 변화된 정치와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의 인식과 관성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고 새로운 질서를 주체적으로 만들어 갈 수도 없다.
이제는 87년 민주화이후 30년 이상 한국정치를 지배해 온 낡은 이념과 진영의 정치를 끝내야 한다. 진영을 뛰어넘는 실용적 중도의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 '실용'은 한 가지 이상에 사로잡히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을 바꾸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실용의 정치는 과학적 사고와 인식, 현장과 실질을 중시하는 실사구시이며, 좌파 교조주의에서 벗어나 현대중국을 일으킨 흑묘백묘 사고를 의미한다. 건강한 공동체의 정신과 규범이 지켜질 수 있도록 공정의 가치가 우리 사회에 확고하게 자리 잡게 하고, 국민통합을 이루고, 기업의 창의와 도전정신이 살아 숨 쉬게 하며, 국가의 실력을 키우는 일들은 정치의 역할이자 책무이지만 낡은 정치패러다임 청산 없이는 요원한 일이다. 실용으로 정치하고 실용으로 개혁하는 새로운 정치패러다임이 우리 정치의 중심에 세워져야 한다.
코로나19가 촉발시킨 미중패권경쟁 심화는 미국중심의 질서가 강화될 수도 있고 서구중심을 탈피한 새로운 국제질서와 세계화 모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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