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선거 참패 이후 한 달여를 끌던 제1야당 미래통합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우여곡절 끝에 닻을 올리게 됐다. 공식 출범하기도 전에 3040 전문가 영입을 통한 새 인물 수혈을 시작으로 고강도 쇄신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하지만 비대위 체제의 공식 출범은 오는 28일 전국위원회와 상임전국위원회를 지나야한다. 거기서 당헌 부칙에서 규정된 '8월31일 전당대회' 조항이 삭제돼야 비대위원장 취임 절차가 마무리 되기 때문이다. 29일로 시한이 잡힌 미래한국당 통합도 아직까지 완전히 정리되지 못한 상태다.
일각에선 통합당이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합당을 속전속결로 처리하지 못하는데 대해 제1야당이 제대로 된 변화를 할 수 있을지 우려도 쏟아내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승패를 가른 중도층의 표심을 통합당으로 돌리기 위해선 '꼰대 정당' 이미지를 벗어야 하는데 통합 지연이 기득권만 지키려는 인상을 심어줄 것이란 지적이다. 그런 이미지가 형성되면 비대위 체제를 통해 한국당이 앞으로 추진할 모든 쇄신 노력이 물거품이 될 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통합당과 한국당 통합은 제1야당 쇄신의 첫 걸음을 떼기 위해 필수적인 발판 다지기다. 양당이 오는 29일까지 통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기는 했지만 여전히 한국당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고 한다. 한국당내 불협화음으로 시한을 넘기면 통합당은 난감한 처지에 놓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오는 30일 21대 국회가 시작되면 곧바로 빠르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판에 제1야당이 과거 이슈에 함몰된 듯한 인상을 심기에 충분할 것이기 때문이다.
때늦은 합당은 이뤄지더라도 산뜻하지 않다. 통합당 비대위 체제에서 계획하는 청년층과 중도층의 지지를 확보하는 것은 고사하고 과거의 구태를 반복하는 낡은 정당 이미지를 벗기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재빠르게 합당하며 당내 교통정리를 한 이유가 뭔지를 통합당과 한국당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야당에는 지금 꼼수로 시간을 보낼 여유가 없다. 2년도 채 남지 않은 대선에서 여당과 제대로 된 승부를 펼치려면 바닥부터 잘 다져야 한다.김종인 비대위는 내년 4월 재보선까지 시한을 받았다. 1년이 조금 안되는 그 기간에 통합당을 완전히 바꿔서 여론 특히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내야 한다. 그런 성과를 내지 못하면 시한이 오기 전이라도 문을 닫을가능성이 없지 않다.
김종인 비대위 쇄신의 키워드는 일단 '청년 지지와 불평등 해소'가 될 전망이다. 이에 맞춰 비대위 인선도 참신하고 젊은 외부 전문가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내정자는 경제·복지·고용 등 주요 분야의 30·40세대 전문가 4명을 외부에서 영입하는 등 총 9명으로 비대위원을 짤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서 초.재선 현역 의원 1명씩을 추천받고, 주호영 원내대표와 이종배 정책위 의장이 당연직으로 참여한다. 위원장을 맡을 김 내정자가 80대이고 주 원내대표와 이 정책위의장이 60대인 만큼 나머지 비대위원은 젊고 개혁성향이 강한 인물을 발탁할 가능성이 높다.
김 내정자는 27일께 전국 당협위원장 연찬회를 열어 총선 참패 원인과 향후 혁신안을 논의하면서 비대위 비전를 밝히고 지지를 호소할 방침이다. 28일 열릴 전국위원회와 상임전국위원회는 중요한 갈림길이다. 여기서 비대위 제제의 형식적 절차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비대위 인선과 함께 총선 참패에 대한 진단이 끝나면 제1야당으로서 이념과 정책 노선을 새로 구축해야 한다. 반공 같은 전통적 노선에서 벗어나 진보·보수 이념을 초월한 사회·경제적 불평등 해소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진단이다.
김 내정자는 부자·기득권 비호 정당이라는 통합당 이미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꾸준히 해왔다. 따라서 앞으로는 차기 대선에서 주요 이슈가 될 '기본소득', '전국민 고용보험' '적극 재정' 등 경제.복지정책 기본 방향에 대한 전면적이고 심도 깊은 검토를 통해 통합당의 변화를 이끌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김종인 비대위는 내년 4월 재보선을 겨냥한 인재를 발굴도 해야 한다.
[장종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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