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 운동 관련 미국 국무부가 기밀해제한 외교문서 43건이 공개됐습니다.
당시 신군부는 미국 대사를 상대로, 계엄령 선포를 정당화하기 위해 한국이 베트남처럼 공산화될 수 있다고 압박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신동규 기자입니다.
【 기자 】
미 국무부가 제공한 문서는 총 43건, 143쪽 분량입니다.
우리 정부의 요청을 받고 미 국무부가 전향적으로 관련 문서를 제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삭제된 부분 없이 온전히 공개됐습니다.
새롭게 드러난 것은 광주항쟁 당일 이희성 계엄사령관이 글라이스틴 전 주한미국대사를 만나 미국을 압박한 사실입니다.
이 사령관은 당시 대학가에 "베트남은 민주화를 이루지 못했지만, 통일은 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면서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면 한국도 베트남처럼 공산화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12·12 사태 직후 글라이스틴 대사가 전두환 씨를 처음 대면했던 상황도 기록돼 있습니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전 씨가 본인의 행동은 박정희 대통령 암살을 조사하기 위한 것으로, 쿠데타가 아니고 개인적 야심도 없다고 강조했지만, 느낌이 불길하다고 전했습니다.
일부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지만, 5·18 광주민주화 운동의 핵심 쟁점을 풀어줄 내용은 담기지 않았습니다.
헬기 사격과 발포 책임자에 대한 자료는 없었고, 당시 미국의 대응을 엿볼 수 있는 내용도 없었습니다.
▶ 인터뷰 : 최용주 / 5·18 기념재단 자문위원
- "5·18 진상규명 관련 가장 중요하게 필요한 자료는 미국 측 군사 관련 기밀문서들입니다. 이번에는 한 건도 포함되지 않았었거든요, 우리가 요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따라 진상규명조사위원회와 외교부는 한미연합사와 미 국방부, 백악관 등에 보고됐던 5·18 관련 내용의 기밀해제를 추가로 요청할 계획입니다.
MBN뉴스 신동규입니다.
영상취재 : 김인성 기자
영상편집 : 김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