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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가 13일 입수한 김정란 박사 논문 `일본 위안부 운동의 전개와 문제인식에 대한 연구: 정대협의 활동을 중심으로`에서 위안부 피해자인 석복순 할머니가 정의연(구 정대협) 관계자로부터 `화냥X`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한 대목. [사진 = 안정훈 기자] |
문제의 발언은 지난 1997년 일본 정부에서 위안부 보상 사업을 위해 '아시아여성기금'을 설립했을 당시 터져나왔다. 여성학자이자 과거 정의연 활동에도 투신했던 김정란 박사가 2004년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 '일본 위안부 운동의 전개와 문제인식에 대한 연구: 정대협의 활동을 중심으로'에 위안부 피해자인 석복순 할머니가 한 증언이 기록돼 있다.
당시 기금을 수령하길 원했던 석 할머니는 논문에 실린 증언집을 통해 "(정대협에서) '모금을 받지 말라. 그것 받으면 더러운 돈이다. 화냥X이다' 이런 귀 거슬리는 소리만 하더라"라고 밝혔다. '화냥X'이란 정절을 잃은 여성을 비속하게 이를 때 사용되는 표현이다.
김 박사는 논문에서 "주목되는 것은 국민기금이 '더러운 돈'이고, 그런 돈을 받는 사람은 비난받을 대상으로 말해진다는 것"이라며 "오랜 세월 비난과 낙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피해자들이 '화냥X'이라는 표현에 거부감을 갖는 것은 당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정의연에서 할머니들의 기금 수령을 막기 위해 조직적으로 방해를 한 정황도 발견된다. 석 할머니는 증언에서 "정대협에서 (국민기금을) 주지 말라고 일본에 소문을 퍼뜨려 놨더라"라며 "(그러니) 보상을 주나? 안 주지"라고 말했다.
정의연이 과거 수 차례에 걸쳐 할머니들의 의사에 반해 기금 수령을 반대해왔다는 정황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지난 11일에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일본 정부가 거출한 금액도 당시 정의연 대표였던 윤미향 당선인이 받지 못하도록 종용했다는 할머니 증언이 나온 바 있다.
이 증언을 한 A할머니는 지난 3월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쓴 편지에서 "(정부가) 일본 돈 10억 엔을 받아와서 정신대 할머니들한테 1억원씩 줄 때 윤미향이 전화해서 '할머니 일본 돈 받지 마세요. 정대협 돈 생기면 우리가 줄게요' 하면서 절대 받지 못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과거 정의연의 이러한 행동엔 할머니들이 기금을 수령하면 단체가 와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김 박사의 논문에는 위안부 운동 관계자 D씨가 "정대협의 위기감이 뭐였냐면, 국민기금 받고 그러면 할머니들 뿔뿔이 흩어지고 운동이고 뭐고 아무 것도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하는 대목이 등장한다.
김 박사는 "정대협은 이들(할머니)의 존재가 위안부 운동의 성공적 전개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며 "기금 수령은 그 자체로써 뿐 아니라 그것이 가져올 여러 파급효과에 대한 고려 속에서 격렬한 반대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윤 당선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런 의혹을 부인하며 당시 "'위로금을 받는 것은 할머니들의 자유이고 결정'이라고 얘기했다"고 해명했다. 정의연 관계자들도 지난 1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령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한·일 위안부 합의 때 정대협이 "돈이 필요 없다고 했다가 나중에 '돈을 꼭 받아야 한다'고 입장을 변경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협상 상황에 밝은 외교 소식통은 "외교부 당국자가 협의 자리에서 '정대협이 갑자기 돈을 꼭 받아야겠다고 하는데 그 요구를 일본에 안 할 수는 없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고 밝혔다.
다만 할머니 1인당 1억원을 책정했던 것은 외교부가 전쟁 인권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관례에 비춰 내부 논의를 통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당시 협상에 나섰던 일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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