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4·15 총선 뒤 열흘도 지나지 않아 오거돈 부산시장의 성추문 사건이라는 악재를 맞게 됐습니다.
민주당은 오늘(23일) 오 시장이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며 전격 사퇴하자 곧바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제명처리 방침을 밝히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습니다.
특히 오 시장이 사퇴 시점을 총선 이후로 의도적으로 조율했고 민주당이 이를 알고도 묵인하거나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민주당은 '총선 전 인지하지 못했다'고 선을 그으며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민주당은 2018년 3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여비서 성폭행 의혹으로 사퇴한 이후 2년 만에 또 성추문으로 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이 사퇴하게 됐다는 점에서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입니다.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2시 10분쯤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오 시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임기 중 사퇴하게 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다음날 윤리심판원을 열어 오 시장을 당에서 제명한다는 방침입니다.
이에 앞서 오 시장은 오전 11시 기자회견에서 "저는 최근 한 여성 공무원을 5분간 면담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이 있었다"며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9시 30분께 부산시당으로부터 오 시장의 기자회견 계획을 보고받았으며 그전에는 해당 내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 윤 사무총장의 설명입니다.
이날 일부 언론은 부산시가 이달 초부터 피해 여성과 사퇴 시점을 조율해왔다고 보도했습니다. 부산시가 총선을 코앞에 둔 민감한 상황에서 오 시장의 사퇴 절차를 총선 이후 진행하는 것을 제안했고 피해 여성이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입니다.
윤 사무총장은 '오 시장의 사퇴 시점 조율에 대해 당이 전혀 파악하지 못했느냐'는 질문에 "전혀 파악 못 하고 있었다. 당과 상의해서 이뤄진 일이 아니었다"라며 민주당의 개입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당 핵심 관계자도 통화에서 "만약 총선 전 알았다면 어떻게 할지 고민했겠지만, 진짜로 몰랐기 때문에 고민조차 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안희정 전 지사, 민병두 의원, 정봉주 전 의원, 총선 영입인재 원종건 씨 등 반복되는 성추문 사건에 곤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확산하던 2018년 3월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였던 안 전 지사는 비서 김지은 씨의 성폭행 의혹 폭로로 지사직을 사퇴한 뒤 지난해 9월 징역 3년 6개월을 확정받아 수감 중입니다.
민병두 의원도 같은 시기 성추행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회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가 당의 만류로 사퇴 의사를 철회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정봉주 전 의원은 대학생 성추문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결국 민 의원과 정 전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습니다.
민주당 총선 영입인재 2호 원종건 씨도 지난 2월 옛 여자친구의 미투 폭로가 나오면서 당을 떠나야 했습니다. 총선 과정에서는 경기 안산 단원을에 출마한 김남국 후보가 여성 비하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한 것이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윤 사무총장은 "선출직 공직자들이 성 평등 감수성이나 성 인지 감수성 이런 부분에서 아직도 시대에 뒤떨어진 부분이 있다"며 "공직자 자격 기준을 강화해왔음에도 이런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에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밝혔습니다.
부산 지역 현역인 김해영 의원은 통화에서 "당인으로서 시민들에게 굉장히 죄송하다. 이 부분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를 해야 할 것"이라며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고, 재발 방지 노력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민주당으로선 '텔레그램 n번방' 같은 디지털 성범죄 해결을 위한 입법에 속도를 내는 시점에 이런 사건이 터진 것이 더욱 난처한 지점입니다. 민주당은 이날 4·15 총선 후 첫 당정 협의를 열어 n번방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한 상황이었습니다.
당장 통합당 김성원 대변인은 논평에서 "여성 인권과 보호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민주당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비판했습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
이어 "안희정, 정봉주, 민병두, 오거돈 등등. 정말로 대한민국의 주류가 바뀐 모양이다. 아무튼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