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뒤집기 공천 후폭풍…무소속 출마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까지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사상 유례 없는 막판 공천 '뒤집기'로 공천에서 탈락한 예비후보들의 반발이 거세다. 여야가 26~27일 이틀 간 후보 등록과 함께 본격적인 4·15 총선 모드에 돌입한 가운데 황교안 통합당 대표가 공천 갈등 후폭풍을 수습하고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전국 선거까지 이끄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전날 '업치락 뒤치락' 끝에 공천에서 최종 탈락한 예비후보들은 26일 황 대표를 비롯한 당 최고위원회의를 맹비난하며 특단의 대응에 나섰다.
경기 의왕·과천 공천이 최중 무산된 이윤정 예비후보(전 여의도연구원 퓨처포럼 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공천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접수했다. 이 예비후보 캠프 측은 입장문에서 "이 후보는 오디션 경쟁까지 거쳐 투표로 선발된 후보"라며 "최고위에서 의결된 공천취소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며 "기준과 원칙을 명백히 밝힐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지난 25일 민경욱 의원 재공천이 의결되면서 하루 새 공천과 탈락의 롤러코스터를 탔던 인천 연수을 민현주 전 의원은 이번 결정 배후에 황 대표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 전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결국 선거 이후 친박(親박근혜)과 황교안 대표 체제를 어떻게든 고수하겠다는 그들의 마지막 발악"이라고 맹비난했다. 민 전 의원은 최고위와 공관위가 정반대 결정을 내린 배경에 대해 "단수 공천을 받았다가 민경욱 후보와 경선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김형호 전 공관위원장이 '황 대표가 간곡하게 부탁했다. 이거 하나만 들어달라고 부탁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거 하나'가 민경욱 의원 공천을 뜻한다는 게 민 전 의원 주장이다.
전날 최고위 결정으로 당초 경북 경주에서 공천 배제(컷오프)됐던 김석기 의원과 경선을 치르게 된 김원길 중앙위원회 서민경제분과위원장은 "지금 경주는 역사상 최악의 선거판이 됐다"고 비난했다. 당초 공관위는 경선을 통해 박병훈 전 경북도의회 운영위원장을 공천했지만 전날 최고위가 공천을 무효로 하자 김 위원장을 공천했다. 그러나 몇 시간 뒤 최고위가 다시 한 번 공관위 결정을 수정해 김 의원과 김 위원장 간 경선을 의결했다. 김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부족한 저를 공관위에서 공천 확정했지만 간밤에 다시 여론조사를 하겠다고 한다"며 "이렇게 추악한 정치를 끝내달라. 야비한 정치를 심판해 달라"고 했다.
'미투' 논란으로 공천이 철회된 김원성 전 통합당 최고위원은 이날 "말이 아니라 선거로 심판받겠다"며 탈당 후 부산 북·강서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입장문에서 "현재의 미래통합당은 미래도 통합도 없다. 후보 등록을 하루 앞두고 벌어진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황 대표의 공천취소 결정은 통합당에 걸었던 국민적 희망을 절망으로 바꿔 놓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러한 황 대표 만행에 명분을 준 것이 이석연"이라며 "공천이 확정된 저를 소명절차 없이 익명투서에 근거해 공천무효를 요구해 황 대표가 '이게 왠 떡이냐'며 확정된 공천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일부 지역구 공천이 수 차례 번복된 것과 관련해 "조금 더 매끄럽고 보기 좋은 공천이 되도록 노력했지만 다소 아쉬운 점이 생기게 된 점을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날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잘못된 부분에 대해 최종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어 당 대표로서 정리한 부분이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당 대표로서 권한을 내려놓고 공관위가 자율적으로, 특히 이기는 공천을 해달라고 당부했는데 잘못된, 국민이 수용하기 어려운 (공관위의) 결정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민현주 전 의원이 '황 대표가 김 전 공관위원장에게 민경욱 의원 공천을 부탁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당 대표 역할이 있고, 공관위원장 역할이 있다. 그런 부분의 조화를 통해 공정한 공천이 되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고재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