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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연합뉴스] |
나는 이재명류의 좌파 기본소득론자와는 다른 관점에서 기본소득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지난해 5월 칼럼(매경포럼, '허경영보다 못한 사이비 기본소득 실험')에선 기본소득을 고민하게 만드는 한국만의 이유를 3가지로 요약했다. 인구구조상 도저히 지속가능해 보이지 않는 공적 연금의 대체, 근로 유연성을 통한 육아부담 해소(저출산 해법), 청년 벤처 정신을 북돋울 사회안전망이 그것이다. 상세한 것은 이 칼럼을 참고해 주셨으면 한다.
그 문제의식에는 변함이 없다. 나날이 고령화, 복지국가 함정에 빠져드는 이 나라를 일신시켜 다시 맥동시킬 근본적 해법이 있다면 그것은 기본소득이라고 생각한다. 위기는 큰 변화의 기폭제가 되기도 한다. 코로나 경제위기를 기본소득 논의의 기회로 본다는 점에서 내 생각도 이재명과 비슷하다. 오직 그것만 비슷하다. 내가 생각하는 기본소득의 기본 전제와 방향은 이렇다.
첫째 기본소득은 방만하기 이를데없는 복지기구 해체를 전제로 할때만 가능하다. 세계적으로 기본소득은 복지시스템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고자 하는시도에서 출발한 논의다. 기존 복지제도를 기본소득으로 일원화해 낭비와 도덕적 해이를 줄여보자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여러 스펙트럼이 있다. 기본소득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없애자는 주장이 우극단이라면 복지는 복지대로 두고 기본소득도 주자는게 좌극단이다. 나는 건강보험과 장애인 등 특수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는 일정 수준에서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 나머지 복지기구를 해체할때 줄어드는 예산을 기본소득 재원에 보태야 한다.
둘째 좌파들은 부자들한테 세금 걷어서 기본소득 주자고 한다. 이재명 등이 주장하는 '국토보유세'가 그런 것이다. 부자에게 뺏어서 나눠갖는 것. 그건 기본소득이 아니라 그냥 공산주의다. 그렇게 하면 대한민국에 남아있을 부자는 없다. 대한민국 멸망으로 가는 최단코스다. 현실적으로 기본소득 재원은 근로소득세를 기본으로 하고 그외 부가가치세를 올린다든가 하는 방법이 추가될 것이다. 중위 소득자의 경우 자기가 낸 세금만큼을 기본소득으로 돌려받는다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물론 어떤 경우에도 부자들은 더 많은 부담을 진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셋째 최저임금 제도는 당연히 파기되어야 한다. 기본소득에서 기대할수 있는 매력중 하나는 근로동기를 자극할수 있다는 것이다. 기본소득으로 이미 최저임금에 준하는 금액을 보장받은 개인은 무슨 일이든 해서 추가 소득을 갖는게 무조건 유리하다. 취업과 동시에 실업수당이 끊기는 지금 복지시스템과 다른 점이다. 지금은 한푼이라도 더 주는 직장을 찾지만 기본소득이 최저생계를 보장한다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욕망이 커질 것이다. 최저임금의 효용성은 낮아진다. 한국에서 최저임금은 노동시장 오작동을 일으키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이걸 없애 버릴수 있다.
넷째 그러나 너무 많은 기본소득은 안된다. 기본소득이 하위계층의 노동의욕을 북돋우는 것과 달리 부자들의 노동 의욕은 저하될 수 있다. 실은 이게 기본소득의 가장 큰 문제다. 근로소득세로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떼어간다면 부자들은 당연히 일할 맛이 떨어질 것이다. 열정도, 창의도 위축된다. 이것은 사회적 순손실을 불러올 수 있다. 따라서 기본소득은 상위 소득자의 근로동기 위축을 최소화하고 사회적 효용을 극대화하는 '최적점'을 찾는데서 성패가 갈린다. 무리한 액수를 욕심내면 반드시 실패하게 돼 있다.
지금까지 기본소득 실험을 해 온 국가들은 대부분 작은 복지국가, 그것도 부분적 실험이었다. 그 실험조차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세계경제 10위권의 한국이 이걸 도입한다는 것은 그다지 가능성 높아보이지 않는다
[노원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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