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이 언론 보도로 피해를 입었다며 언론중재위원회(언중위)에 조정을 신청한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터넷 기반 소규모 매체가 증가한 것과 함께 가짜뉴스에 강력 대응하는 정당의 움직임이 합쳐져 발생한 현상으로 분석된다. 다만 거대 권력기관이라 할 수 있는 정당이 언론보도를 상대로 '가짜뉴스'로 단정짓고, 조정 신청을 남발하는 움직임을 두고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언중위에 따르면 지난해 정당이 언중위에 조정 신청을 낸 건수는 108건이었다. 2015년 조정 신청이 한 건도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증가세다. 국회의원이 개별적으로 조정을 신청한 것은 수치에 포함되지 않았다.
신청인별로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이 21건,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87건 조정 신청을 냈다. 언중위가 정당의 신청을 기각한 경우는 더불어민주당이 4건, 자유한국당이 14건이었다. 자유한국당은 조정 신청 중 35건을 자체적으로 취하했다.
정당이 조정을 신청하는 경우는 각양각색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017년 8월 한 매체가 "정당의 대표는 여야 협치의 훼방꾼이고 쓸모 없는 존재"라고 보도해 피해를 입었다며 정정 신청을 냈다. 이에 대한 조정이 성립해 기사의 제목 등이 수정됐다.
2018년 4월 자유한국당은 한 매체가 "헌판식 행사에서 기습 시위를 한 활동가들을 홍준표 대표 등이 비웃으며 내쫓았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 허위 보도라며 정정보도를 청구했다. 언중위에서 조정이 이뤄지지 않아 조정불성립 결정이 내려졌다.
정당의 조정 신청 증가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소규모 매체가 증가한 것이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정기간행물로 등록된 업체 수는 2015년 1만8812개에서 2020년 3월 2만2097개로 늘었다. 특히 인터넷 신문 매체 수는 2015년 6347곳에서 2020년 9063곳으로 급증했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인터넷 매체 등이 증가하며 팩트체크를 엄격히 한 보도가 아닌 클릭을 유도하는 기사가 늘어나며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가짜뉴스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정당의 움직임도 조정 신청 증가에 한 몫 한다는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민주당 비판 칼럼을 쓴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와 경향신문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대한 비판이 일어 고발을 곧 취하했지만 언론 보도에 대한 정당의 인식을 볼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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