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어제(14일) 정세균 총리 임명식에서 과도한 신상털기식 인사청문회를 개선해야한다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하죠.
정 총리도 지난주 이틀에 걸쳐 국회 청문회를 받았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나요?
야당은 공격하고, 여당은 감싸고, 인신공격이 오가는 동안 정책에 대한 질문은 실종되고….
좀 바뀔 수 없을까, 어떻게 하면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해답을 박유영·조창훈 기자가 찾아봤습니다.
【 기자 】
지난해 1월 미국 상원에서 열린 윌리엄 바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방청석 맨 앞자리는 할아버지의 청문회를 보러 온 8살 꼬마가 차지했습니다.
▶ 인터뷰 : 윌리엄 바 / 미국 법무부 장관
- "제 손자 리엄입니다. 미래의 법무부 직원이죠."
웃음과 함께 시작된 청문회에선 법무장관 지명자의 정치적 독립성을 묻는 질의가 종일 이어졌습니다.
같은 해 9월 국회에서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는 조금 다른 풍경입니다.
▶ 인터뷰 : 김진태 / 자유한국당 의원
- "이렇게 국회를 모욕하는, 도대체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는데! 이걸 도대체!"
(현장음)
- 여당 "부끄럽지 않아요 진짜? 어른이, 성인이 돼서 그게 무슨 짓입니까?"
- 야당 "우리는 옛날에 그렇게 안 했어요!"
후보자 딸의 출생신고 자료가 부실하다는 야당과 방어에 나선 여당, 사실 자료제출 공방은 청문회 때마다 반복되는 패턴입니다.
8살 아이에게 차마 보여줄 수 없는 낯 뜨거운 장면은 과거에도 여럿 있었습니다.
▶ 인터뷰 : 손혜원 / 무소속 의원 (당시 더불어민주당)
- "닥치세요. 멍텅구리라고요?" (아이 그만 하세요. 아이 참 정말, 청문회장에서.)
후보자에게 인신공격을 하거나,
▶ 인터뷰 : 이은재 / 자유한국당 의원 (지난해 4월, 문형배 헌법재판관 청문회)
- "우리법연구회가 굉장히 대단한 연구단체입니까? 제가 볼 땐 후보자 정신에 문제 있는 겁니다. 다른 거 아닙니다."
뜬금없이 지역 민원을 넣는 경우도 있습니다.
▶ 인터뷰 : 홍철호 / 자유한국당 의원 (지난해 3월, 최정호 국토장관 후보자 청문회)
- "장관 되시면 가장 최우선 과제로 해주십사…. 김포-한강선 해주신다고 해서 전 여기서 끝내겠습니다."
▶ 스탠딩 : 박유영 / 기자
- "이렇다 보니 '이런 청문회를 왜 하느냐'란 말이 나오죠.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국회 동의와 상관없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공직자는 23명으로, 이전 정부 때 10명 안팎이었던 것에 비하면 월등히 많습니다. 청문회 무용론이 불거진 또 다른 이유입니다."
▶ 스탠딩 : 조창훈 / 기자
- "청문회를 도입한 지 230년 된 미국과 비교해보면 몇 가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국회 차원에서 20일 안에 모든 청문 절차를 끝내야 하지만, 미국은 기한 제한이 없는데 보통 두 달 이상 걸립니다. 미 의회가 인준을 거부하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없는 것도 특징입니다."
이에 앞서 백악관이 정부윤리처와 연방수사국(FBI), 국세청(IRS)을 총동원해 현미경 검증을 한 뒤 미 의회로 넘기는 구조입니다.
▶ 인터뷰 : 김창준 / 전 미국 하원의원
- "대통령이 "우리가 조사해보니까 이 정도면 됐다" 그러면 믿죠. 이제 질문하는 겁니다. 주로 (정책적) 이념에 대해서."
우리도 사전 검증을 강화하고, 도덕성 검증을 분리해 청문회장에선 정책 검증에 집중하자는 데는 여야 이견이 없습니다.
▶ 인터뷰 : 홍영표 / 더불어민주당 의원
- "두 단계로 하자는 거죠. 인사청문회에서 필요한 정책능력 이런 것은 공개된 인사청문회에서 해결하고, 그다음에 도덕적인 문제라든지 비공개로 더 엄격하게 해서 아예 거기서 통과가 안 되면 국회 인사청문회에 올 수 없는…."
여야 공감 속에 3년 전 국회 인청제도개선소위가 꾸려졌지만 성과 없이 끝났고, 20대 국회 때 발의된 인청법 개정안 55건도 폐기될 처지입니다.
제도도 제도지만 청문회장을 정쟁의 장으로 삼으려는 정치권의 태도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 인터뷰(☎) : 김형준 /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
- "집권여당이 야당 할 때 안 그랬나? 했잖아요 똑같이. 잘못 운영하고 편법적으로 끌고 가려고 하는 게 문제…."
정권이 바뀔 때마다 흐지부지되는 청문회 개선 문제, 그 공은 이제 21대 국회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MBN뉴스 조창훈입니다.
영상취재 : 김병문·박준영·김준모 기자
영상편집 : 김경준·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