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내달 본회의 상정을 앞둔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을 막판 저지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습니다.
황교안 대표의 오늘(29일) 단식 종료 선언으로 '투쟁 1막'을 일단락지었지만, 당내에서는 당 지도부와 현역 의원들의 동조 단식 의사가 잇따르는 등 '결사 항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황 대표의 단식에도 여권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 강행 기류는 여전합니다. 이에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열차를 멈춰 세울 묘수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선 황 대표의 8일간 단식으로 한국당이 한층 강경하게 나올 가능성을 점칩니다.
'당 해체', '지도부 선도 불출마 선언' 등 당 안팎의 거센 쇄신 요구를 모면하기 위한 단식 아니냐는 말이 애초 나왔지만, 단식이 이어지면서 쇄신론은 가라앉고 패스트트랙 저지 동력이 커진 모양새입니다.
단식 요구 조건으로 내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철회가 정부의 22일 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연기로 실현되고, 단식을 통해 정치 이슈의 중심에 서는 등 실질적 성과를 일부 거뒀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이에 나머지 요구 조건인 선거법 개정안 및 공수처 설치법안의 패스트트랙 철회에도 강경하게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황 대표는 전희경 대변인을 통해 단식 종료를 공지하면서 "향후 전개될 공수처법,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저지와 '3대 친문농단'의 진상규명에 총력 투쟁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황 대표의 단식으로 '당내 기류'가 바뀐 것과 달리 패스트트랙 법안 대치라는 '원내 기류'는 미동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단식 효과를 의식해 마지막까지 타협을 거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지만, 'D데이'가 다가올수록 실리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오는 이유입니다. 강온 양면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공수처를 양보하고 선거법 개정안을 막아내자는 '부분 협상론'이 제기됩니다.
공수처의 경우 독소 조항을 수정해 통과시키고 한국당이 집권했을 때 폐기할 수도 있지만, 선거법은 일단 시행되면 되돌릴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의석수를 손해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습니다.
한 중진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마지막까지 결사 투쟁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만약에 여야 4당이 합심해 법안을 통과시키면 다 무너지지 않는가. 그런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부분 협상론이 거론된다"고 말했습니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당 지도부의 한 인사는 "최후의 수단으로 공수처를 주되 선거법은 막는 부분 협상론을 생각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선거법 개정안의 경우 '부대의견'을 달아 내년에 치러지는 21대 총선이 아닌 22대 총선으로 시행 시기를 유예하자는 말도 나옵니다.
한국당으로서는 시간을 벌고, 더불어민주당에는 '합의 통과'라는 명분을 준다는 것입니다.
'진검승부론'도 있습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를 225:75로 하고 연동률 50%를 적용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 원안을 본회의에서 소신 표결하자는 것입니다.
이 경우 한국당에서 여당에 무기명 투표를 제안하는 방안도 거론됩니다.
다만 여야 원내대표 협상 테이블 위에서 이 같은 카드를 꺼내 들려면 한국당 내 강경론부터 설득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황 대표의 단식으로 빚어진 강경 기류
일각에선 내달 3일 이후 패스트트랙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면 한국당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들어가 10일 정기국회 폐회까지 의사 일정을 중단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