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3주도 안 걸렸다. 자유한국당은 스스로 무너졌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퇴로 정국이 새롭게 바뀌었지만, 내부 쇄신보다는 손쉬운 조국 정국에만 메달린 탓이다. 한때 9%까지 좁혀졌던 더불어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지난주 17%로 다시 벌어졌을 정도다. 지금처럼이라면 그 격차는 더 확대될 수도 있다.
광화문집회에도 갔었다는 40대 후반의 한 직장인은 "조국 반대가 한국당 지지는 아니다. 박근혜 탄핵사태이후 전혀 바뀌지 않은 한국당을 대안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주 갤럽조사에서 어느 정당도 지지 않는다는 무당층이 한국당 지지율을 한달여만에 앞질렀다.
여론은 한국당이 뭔가 착각하고 있다고 말한다. 국민들은 지난 9월6일 힘들게 열린 조국 인사청문회를 맹탕으로 만든 한국당을 기억한다. "차라리 청문회를 안하는게 나았다" "해명자리만 만들어줬다"며 국민들이 나선 곳이 광화문이다. 한국당이 '10월 항쟁'을 전면에 내세울 정도는 아니란 얘기다. 표창장 나눠주고 공천 가산점 주겠다며 잔치를 벌이는 듯한 모습에 국민이 화가 난 이유다.
물론 억울할수 있다. 왜곡 전달됐을 수 있다. 하지만 선제적인 당 쇄신책을 쏟아냈다면 이런 논란조차 없었다. 혁신을 기대했던, 변화를 기다렸던 국민들에게 한국당이 3주간 과연 무엇을 보여줬나.
조국 전 장관이 사퇴하자마자 황교안 대표는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다음 국회로 넘기자"고 기다렸다는 듯이 입장을 밝혔다. 한국당이 '검찰개혁은 찬성하지만 공수처는 안된다'가 아니라 검찰개혁 자체를 반대한다는 시그널로 국민들은 읽었다.
인적쇄신도 마찬가지다. 당 쇄신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 외부 인재영입이 되레 '인재영입 파동'으로 불릴 정도로 역풍을 불렀다. 달라진 국민의 눈높이를 전혀 맞추질 못해 당내외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그럴 줄 알았다" "거기까지다"라는 냉소적 반응이다.
오히려 변화와 혁신의 바람은 민주당에서 먼저 고개를 들었다. 그 사이 민주당은 현역의원 2명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당 쇄신의 물꼬를 텄다. 당지도부에 대한 책임론까지 대놓고 거론할 정도로 당내 변화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야당과는 뚜렷하게 차별화하고 있다.
최근 만난 민주당 초선의원은 "생각보다 한국당 자멸 속도가 빠르다. 이대로라면 내년 총선은 과반을 넘어 압도적 과반을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한다"고 웃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당에서 불출마 선언을 한 현역의원은 단 한명도 없다. 당 쇄신의 목소리도 없다. 한국당의 한 3선의원은 "내년 총선이 다가오면서 다들 지역구에 내려가 있다. 의원들 한 곳에 모으기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야말로 각자도생이다. 오로지 본인의 공천과 당선에 온 신경이 가 있으니,
국민은 야당의 자멸, 곧 여당의 독주보다는 견제와 균형을 늘 원한다. 지금의 한국당이 그 견제세력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회반장 = 송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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