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 지난 28일 조국 법무부장관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저녁 6시부터 시작된 집회에서 여권 지지자들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현직 의원, 단체장들과 함께 "정치검찰 물러가라" "조국장관 수호하자"를 외쳤다. 범국민시민연대는 "검찰과 언론이 조 장관과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피의자로 몰아가고 있지만 이들은 사실 피해자"라며 "진짜 공동정범은 70년간 헌법과 국민 위에 군림하며 직권을 남용하는 검찰과 그들이 흘린 정보를 받아쓰는 언론"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집회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7일 조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에 이례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날린 다음날 여권 주도로 열린 것이다.
하지만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 중인 검찰을 향해 여권 지지자들이 "우리가 조국이다" "이번엔 지켜내자"고 목청을 높인 것은 조 장관 수사에 대한 노골적인 압박으로 비칠 수 밖에 없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에 이래저래 간섭하는 것이 이들이 원하는 검찰개혁인지 궁금하다.
여권은 불과 두달 전만 해도 조 장관 수사를 지휘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이만한 사람 또 없다"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유일한 검사"라며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칭찬했다.
문 대통령 또한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살아있는 권력에도 엄격하게 수사해달라"고 당부하기까지 했다.
그런 여권이 진보진영에서 '개혁 아이콘'으로 통하는 조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돌연 태도를 바꿔 수사 및 사법시스템을 무너뜨리려는 시도에 나선 것이다.
여권이 조 장관 수사가 거의 마무리돼가는 상황에서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집회를 주도한 것은 결국 조 장관 수사에 따른 불리한 정국을 단숨에 전환시켜 조 장관을 구하겠다는 발상이나 다름없다.
강규형 명지대 현대사 교수도 "이번 집회는 중국의 마오쩌뚱이 권력을 지키려 홍위병을 동원해 일으킨 문화혁명과 비슷한 행태"라며 "조 장관을 보호하고자 대중을 동원해 힘을 과시하고 정당한 법집행을 하는 기관에 압박을 가하는 관제데모"라고 지적했다.
여권이 진심으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면, 정권 출범 직후 국민적 여론을 광범위하게 수렴한 뒤 곧바로 검찰개혁에 나섰어야 했다.
하지만 여권은 당시 '적폐청산' 명목으로 검찰 특수부를 동원해 전직 대통령과 전직 대법원장, 전직 고위공직자 등을 줄줄이 구속하는데 바빴다.
여권이 '적폐수사'에 검찰 칼날을 실컷 휘둘러놓고, 이제와서 제 편을 수사하는 검찰을 손보겠다고 나서면 누가 검찰개혁의 진정성을 수긍할 수 있겠나.
더구나 적폐수사 당시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변창훈 전 검사 등이 심리적 압박과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을 당시 현 정권 어느 누구도 조 장관 수사 때처럼 '인권'과 '수사관행'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것이 현 정권의 민낯이다.
검찰개혁의 본질은 무엇보다 검찰이 살아있는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수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여권의 주장처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도 결국 검찰이 당시 정권의 사냥견 노릇을 했기 때문에 벌어진 비극이다.
그렇다면 검찰이 시퍼런 권력의 입김에서 먼저 벗어나는 것이 검찰개혁의 시발점이고, 지금 조 장관 수사는 그런 검찰개혁으로 나가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이라고 할 수 있다.
조 장관은 과거 언론 기고를 통해 "법치가 바로 서려면 법을 어긴 권력자와 고위공직자부터 엄정히 처결해야 함은 상식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 장관은 "중국 법가 사상가이자 진나라 효공왕 신하인 상앙은 '법이 지켜지지 않는 것은 윗사람이 법을 어기기 때문이다'며 태자를 처벌하려고 시도했고
여권과 조 장관이 검찰개혁과 법치를 운운하려면 검찰 수사에 딴죽부터 걸게 아니라, 최소한 이 정도의 엄정한 모습부터 보여주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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