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8·15 광복절을 일주일여 앞두고 '극일'(克日) 캠페인에 총력을 쏟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우대국) 배제 조치에 대한 실질적인 자구책은 마련하지 못한 채 반일감정에 편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민주당은 '극일' 결기를 한층 더 선명히 드러냈다. 이날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책회의장에는 '독립'(獨立)이라는 안중근 의사의 유묵이 걸개막(백드롭)으로 내걸렸다. '경술이월 어여순옥중 대한국인 안중근 서'(庚戌二月 於旅順獄中 大韓國人 安重根 書)라는 글씨와 네 번째 손가락 마디가 잘린 손도장이 배치됐다.
일본에 대한 '맞대응' 카드로 각종 강경책이 쏟아지는 가운데 내부적으로는 도쿄 올림픽 보이콧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아베 정부가 성공적인 도쿄올림픽 개최에 총력을 기울여온 만큼 올림픽 보이콧이 일본 수출규제와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배제에 상응하는 가장 센 '수평적 조치'로 판단하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도쿄올림픽 보이콧을 논의하기 위한 당정 협의를 추진하는 한편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청원을 제기하는 등 국제 여론전을 펴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위 민주당 간사인 신동근 의원은 통화에서 "내년 올림픽이 열리는 일본 도쿄에서 기준치의 4배에 달하는 방사능 물질이 검출됐다고 한다"며 "도쿄올림픽 보이콧을 논의하기 위한 당정 협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다.
이와 같은 민주당의 대일 강경기류는 최근 상승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과 무관치 않다. 한일관계는 어떤 형태로든 내년 총선의 주요 이슈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달 민주당 씽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반일 감정이 총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내용의 문서를 냈다가 "적절치 못하게 배포됐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연일 민주당 지도부는 "친일 정권으로부터 정치 주권을 지킬 것이다"(박광온 최고위원), "도쿄(東京)를 포함해 여행금지구역을 확대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최재성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장) 등 반일 정서를 자극하며 여론을 집겹시키는 발언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여론전'이 일본 수출규제 조치로 인해 추후 닥칠 경제 후폭풍을 상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당 내부에서 우려는 터져 나온다. 한 3선 중진 의원은 "No Japan이 아니라 NO ABE SHINJO가 되는 것이 맞다"며 "여당이 앞장서 양국 국민 간 감정의 골을 깊게 만드는 것은 해법이 되지 못한다"고 밝혔다 . 한 초선 의원은 "향후 닥칠 경제후폭풍을 생각하면 총선에 한일 대척 관계가 과연 민주당에 유리하게 미칠지는 모를 일이다. 최대한 전쟁을 빨리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민주당 소속 서양호 서울 중구청장이 추진했던 'No Japan'배너기 설치는 시민들의 싸늘한 반응으로 철회됐다. .중구청은 지난 5일 오는 15일 제74주년 광복절을 맞아 태극기와 함께 일본제품 불매와 일본여행 거부를 뜻하는 '노(보이콧) 재팬-No(Boycott) Japan :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배너기 1100개를 퇴계로, 을지로, 태평로 등 관내 22개 대로 가로등에 내거는 사업을 진행한다고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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