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두 시간 가까이 늦게 나타났다. 이 때문에 당초 28일 오후 10시 45분으로 예정됐던 한러정상회담이 하루를 넘겨 29일 0시36분에 시작했다. 푸틴 대통령은 외국 정상과 회담에 상습적으로 지각하기로 유명하다.
이번 한러정상회담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계기에 이뤄졌다. 그러나 한러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푸틴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길어지면서 한러 정상회담은 111분을 넘겨 시작됐다. 회담장에는 푸틴 대통령이 먼저 도착했고 곧바로 문 대통령이 입장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지각과 관련한 사과 메시지는 내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의 사과가 없었던 것과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오늘 상황을 양측이 긴밀히 소통하는 과정에서 러시아가 양해를 구했고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인 것"이라며 "회담에서 추가적인 사과가 필요 없는 상황이었다"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늦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17년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 계기에 이뤄진 두 정상의 첫 번째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34분 지각했다. 2018년 6월 문 대통령의 러시아 국빈방문 때는 푸틴 대통령이 공식환영식에 52분이나 늦으면서 이어진 정상회담도 40분 늦게 시작됐다. 푸틴 대통령은 2013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한러 정상회담과 2016년 9월 러시아에서 열린 한러 정상회담 때도 각각 40분, 1시간 45분이나 지각했다.
푸틴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의 회담 때만 늦은 것은 아니다. 2014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회담에는 4시간을 늦었고, 2016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는 2시간을 늦었다.
이날 회담에선 지난 4월 북러정상회담 결과 공유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본격 회담에 앞서 모두발언에서 "제가 지난 4월 말 북한 지도자와 만난 것 고려하면 더 유익하지 않을까 싶다. 그 회담에 대한 제 인상을 공유하고 정
문 대통령은 "한러 양국 교류협력이 다방면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지난 4월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연방안보회의 서기의 방한에 이어 문희상 국회의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방러 등 양국 고위급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사카 =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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